정(情)과 정(正) 사이
정(情)과 정(正) 사이
  • 장희선 청주시 푸른도시사업본부 주무관
  • 승인 2024.06.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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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희선 청주시 푸른도시사업본부 주무관
장희선 청주시 푸른도시사업본부 주무관

 

TV 예능에서 백종원 대표가 충북 영동의 한 시장을 방문했었다. 영동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이용한 레시피 개발을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시장 상인 한 분이 복숭아 한 봉지 가득을 백종원 대표에게 내밀었고 백종원 대표는 5만 원권 한 장을 내밀며 `복숭아값 아니다. 아이스크림 사드셔라'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情)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나는 지난해에 청원구 어느 동으로 출장을 나간 적이 있다. 동네에 있는 정자가 낡아서 새롭게 설치를 해달라는 민원이었다.

완연한 무더위가 시작하기 직전 7월이었던 것 같다. 뙤약볕을 피해 동네의 할머니들께서 낡은 정자에 모여 복숭아를 깎고 계셨다. 출장나온 나에게 깎은 복숭아를 내미셨고 아주 달달했다. 정(情)을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인간은 인류 발생 시점부터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시대까지 수렵채집사회를 이루어 생존하였으며 그 이후 교과서에서 본 청동기 시대 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혹독한 기온과 야생동물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해 집합생활을 하며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정을 키워왔을 것이고 그 중 우리나라는 특히나 성씨사회, 즉 집성촌을 이루면서 이웃과 주변에 대한 끈끈한 정(情)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끈끈한 정(情)은 훈훈한 사회의 관습이다.

이러한 정(情)은 우리 공직사회에서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겠다. 지방자치단체로써 지역사회의 시민이자 행정기관의 구성원인 우리이다. 그에 따라 우리가 마주하는 민원인, 업체 등의 사람들은 정(情)이 있는 누군가의 관계인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공정한 업무를 함에 있어 판단과 기준을 세우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직자는 공정(公正)하고 정직(正直)하게 업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공정과 정직은 바를 정(正)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情)과 정(正)은 동음이의어이다. 공직자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정(情)에 치우치지 않고 정(正)으로(바르게) 업무를 수행하여야 함은 앞서 말한 지역사회이자 공직사회에 모두 속해있는 우리에게는 간혹 어려운 순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함에 정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공정하고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순간만큼 스스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때 공직자가 가슴에 갈고 닦아놓은 청렴을 꺼내어 정(情)과 정(正) 사이에서 발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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