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2.6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0.6명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하루 평균 35.4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 수치에 통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자살 시도자와 자살사고를 지닌 사람의 수를 포함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살 사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과연 주변인들의 자살 신호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2022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3.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경고신호 인식률은 24%로 낮으며 그중 46%는 `인식하였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였다'라고 답하였다.
이렇듯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보이는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그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이 바로 `생명지킴이 교육'이다.
`생명지킴이'란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발견하여 전문기관에 의뢰·연계할 수 있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교육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적·행동적·상황적 신호들을 배우고, 자살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안전하게 도와주는 방법을 습득하여 자살 예방에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
직업군과 연령에 따라 맞춤형 생명지킴이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보급되고 있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 혹은 자살예방센터를 통한 대면 교육 이외에도 온라인(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 www.kfsp.or.kr)을 통해서도 교육받을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생명지킴이가 될 수 있다. 1시간 교육을 통해 한 사람 이상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다만,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안전하게 도와줄 수 있는 `말하기'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겨울이 지나고 오는 봄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계절이다. 전세계적으로 봄철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자살사망자 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여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겨울 지나 꽃이 피고 녹음이 푸르른 계절, 내 곁의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행동은 생명지킴이가 되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이다.
내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꺼져가는 나의 가족, 친구, 동료들의 삶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도록 우린 모두 생명지킴이가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