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만 할 수 없는 대학졸업식
축하만 할 수 없는 대학졸업식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2.1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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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졸업시즌이다. 학사모를 쓰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지만 내심 졸업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요즘 우리나라 대학현실이다. 졸업 후 취업은커녕 신용불량자(신용 유의자)로 전락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졸업을 한다고 해서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닌 듯싶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취업하자마자 대출금 상환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과 생활비, 주거비 등으로 막대한 돈을 썼지만 정작 졸업 후에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다시 학원을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대졸자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대부업체 40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4만8000명이 대부업체에서 795억원이나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28개 저축은행만 조사했는데도 대학생 10만8000명이 3742억원의 빚을 졌다고 한다. 그리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춘진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자금 대출자 중 신용불량자(신용 유의자)는 3만57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해마다 1만명씩 증가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부는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학자금 대출 금리를 올해 1학기부터는 현행 4.9%에서 1% 낮춰 3.9%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ICL(취업 후 학자금대출제)의 신청기준을 B학점에서 C학점으로 2012년 1학기부터 하향조정했다.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신청기준을 완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녀야 하는 학생에겐 이 또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해 정부의 지원 폭을 대폭 늘려 이자를 폐지하든가 아니면 최소한의 이자만 납부하도록 더 많은 예산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지자체에서도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조례를 통해 대출금 이자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남, 대전, 경기도, 서울 등이 학자금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충북도 2010년 12월부터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을 시작해 지난해에 884명이 신청, 591명에게 4570만원이 지원됐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은 총 1조7500억원이 배정되었지만 장학금 지급 기준으로 평점 B학점 이상을 수혜자로 선정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상대적으로 성적 상의 불이익을 받을 개연성이 높을 경우를 감안한다면 지급기준의 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한 해 반값등록금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지난해 감사원의 대학 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대학등록금은 지금 수준에서 13%에서 20%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발표하고 대학이 자구적인 노력으로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올 교과부의 발표를 보면 전문대 포함 337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했고, 인하총액은 5898억으로 평균 4.2%로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기대한 대학생과 국민의 바람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는 등록금 인하율이 2% 남짓에 그쳐 학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중에서 일부 대학은 기존의 장학금 혜택을 축소하거나 학기당 16주로 배정된 수업을 15주로 줄이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계적인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과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는(春來不似春)' 심정으로 졸업식장에 선 학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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