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살기 힘들다"
너도 나도 "살기 힘들다"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8.09.16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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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 표정-가족·친지들 갈수록 팍팍한 살림살이 하소연
취업준비생 귀향포기 고시원 머물기도

추석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 갈수록 어려워진 경제사정이 주된 화제로 떠올랐다. 한마디로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고유가에 이은 경기침체 장기화, 취업난, 증시불안 등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는 집값, 땅값등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냐가 관심이었으나 이제는 얼마가 떨어졌고, 거래가 뚝 끊겼다는 하소연 뿐이었다. 여기에 주식은 곤두박질치면서 돈을 까먹고 있다는 말못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자산가치의 하락이 이번 추석 고향이 전하는 경제 민심이 됐다.

추석을 맞아 서울에서 고향인 청주를 찾았다는 임모씨(39)는 "가벼워진 지갑 때문에 올 추석에는 부모님께 제대로 된 선물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며 "매년 명절 때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용돈을 드리고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고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43)도 "매년 명절 때마다 온 가족이 함께 자가용을 이용해 고향을 찾았는데 올해는 혼자 고향집에 왔다"며 "추석연휴가 예년보다 짧은데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집사람과 아이들은 집에 두고 혼자 버스를 타고 고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풍성한 인심으로 가족들을 맞아 주던 농촌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괴산에서 한우를 키우는 안모씨(61)는 "사료가격은 폭등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해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축산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같은 마을 최모씨(53)도 "기름값이 급등한 현재 상황이 겨울까지 지속되면 시설재배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며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정책 부재를 성토했다.

경기 침체로 바늘구멍이 된 취업 걱정에 고향을 찾기는커녕 추석 연휴를 반납한 취업 준비생도 늘었다.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모씨(29·청주시 흥덕구 사직동)는 "대학교를 졸업한지 2년이나 지났는데도 취업을 못해 부모님을 뵐 낯이 없다"며 "추석연휴 동안 책을 보는게 차라리 더 좋을 것 같아서 고시원에서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이라는 박모씨(27·여)도 "명절 때마다 친지들에게 학교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올해는 고향을 찾는 대신 그냥 청주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다"고 취업 준비생의 고통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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