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번 시내버스
864번 시내버스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3.12.10 1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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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의 세상엿보기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아침 8시 30분, 설레는 마음으로 경로당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나갔다. 이사 온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다. 매일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스치듯 보았던 마을 풍경을 높이가 다른 버스에 앉아 바라보는 느낌은 신선했다. 마을 정류장에서 한 두 사람씩 버스에 오를 때 마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버스 노선이 처음 생겨서 인지 버스 시간과 편리해진 생활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산성터널을 빠져나가 시내로 진입하기 까지 20여분 동안 버스 안은 동네 사랑방 같았다. 출근하는 아주머니, 딸집에 다니러 가는 할머니, 학교에 가는 학생, 버스가 생겨서 괜히 시내에 나간다는 아저씨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버스에 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버스는 시간과 공간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아련히 잊혀져가던 추억과 우리의 마음도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후 살고 싶었던 삶의 모습 중 하나는 자가용을 없애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건강한 두 다리로 걸으면서 시간의 여유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싶었다. 물론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만 좀 서두르지 않고 한가로운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컸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동네 사람들과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버스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도 상상해보고, 거리를 걸으면서 그동안 무심코 스치며 지나쳤던 도시의 속살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짓고 이사하면 꼭 실행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와보니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마을을 연결하는 순환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다닐 뿐 시내버스를 타려면 큰 길까지 8Km를 나가야 했다. 이런 이유로 차를 없애고 버스를 타겠다는 계획은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1일자로 청주시가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면서 우리 동네를 종점으로 오전 6시 40분부터 밤 9시 20분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8번 운행하는 정기 시내버스 노선이 생겼다,

처음 버스를 타면서 얼마 전 TV뉴스에서 보았던 프랑스 샤토루 시의 무료 시내버스를 생각했다. 이 도시는 2001년부터 시내버스 무료정책을 실시했는데, 12년이 지난 후 버스노선은 45% 증가하였고, 승객도 210% 증가하여 도시가 크게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도로교통은 더 원활하여 졌고 대기오염은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자 경기도 살아났다. 또 굳이 자가용을 보유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렇다고 시민이 내는 세금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어서 이 정책은 프랑스의 20여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정책을 청주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물론 인구 규모가 샤토루 시보다 열배나 큰 청주시에서 이 정책이 꼭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난 달 25일부터 3일간 청주의 두 개 시내버스회사가 벌였던 단일요금 거부와 무료 환승거부 사태를 보면서 청주시의 시내버스 정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청주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예산상의 이유만으로 준공영제를 늦추거나 완전공영제를 회피하는 것은 시민을 볼모로 벌이는 버스회사의 보조금 인상요구에 발목이 잡힐 뿐이고, 정작 시민을 위한 서비스 개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시민의 세금을 바르게 집행하지 못한 책임만 청주시의 몫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2시간 간격으로 하루 8회 운행되는 시내버스가 이렇게 행복감을 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시골과 도시를 잇는 시내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문화와 정서를 실어 나르고 삶과 삶을 잇는 가교이기도 하다. 단순한 경영의 논리가 아니라 진정한 공영제의 논리로 그 동안 소외되었던 지역의 시내버스 노선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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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2016-10-13 02:08:42
청주는 대도시도 아니고 중소도시인데 교통정책이 장난이 아니예요.중소도시인데 교통란은 심하고 대중교통체계도 복잡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