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기현 탄생 가능성 낮다
제2의 김기현 탄생 가능성 낮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6.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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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오는 23일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대표를 뽑는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4파전 구도가 도전불가의 이재명 1인구도로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흥행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이 건전하게 경쟁하며 당의 역동성을 과시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은 차게 식어가고 있다. 윤심 경쟁, 이른바 `대통령 팔이'가 후보간 경쟁 이슈로 등장하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덧칠되고 있다.

대통령을 뒷배 삼으려는 경쟁은 `창윤'과 `절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치졸해 졌다. 원희룡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창업공신”이라며 친윤을 넘은 `창윤'을 자처했다. 애초 출마를 접었다가 갑자기 뜻을 바꾸고 링에 오른 그의 윤심 팔이는 대통실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만 더 키우고 있다. 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대통령실이 관계 단절을 통고한 `절윤'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당정관계가 파탄이 나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예 당원들을 대놓고 압박했다.

후보들 모두 출마를 선언할 때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과 개혁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고 외쳤으나 경선 판에 들어와서는 딴 얼굴들이 됐다. 무망하기 짝이없는 핵무장을 놓고 벌인 논쟁 빼고는 정책 대결이라 할만한 게 없다.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다 보니 `수평적 당정관계'니 `대통령실과의 치열한 소통' 같은 상식적 발언조차 조심해야 할 일종의 불경한 언사가 돼버렸다. 당이 총선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이 공감을 얻는 이유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의 전방위 지원을 받은 김기현 후보가 지지율 3% 열세를 뒤집고 대표에 오른 지난해 전당대회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신드롬을 만들어낸 한 전 위원장을 주저앉히려는 대통령실의 프로젝트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해도 제2의 김기현이 탄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총선패배 책임론에도 불구 당을 부활시킬 적임자는 한 후보 밖에 없다는 당원들의 판단이 확고부동해 보인다. 다른 후보들의 협공에도 불구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한 후보 지지율이 다른 세 후보 수치를 합친 것보다도 높게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층만의 조사에선 격차가 더 벌어진다. 적어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낙인 효과가 전혀 먹히지않고 있다는 얘기다. 당원들은 대통령실이 개입해 억지로 만들어낸 김기현 지도체제가 어떻게 굴러갔고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이미 목도한 바 있다. 그 실패의 되풀이를 보고픈 당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총선 후 2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율에 실망하는 당원들도 늘고 있다.

지난 총선 패배의 요인으로 꼽혔던 게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용산 출장소' 오명을 썼던 여당의 무기력이었다. 차기 당 대표는 이 결정적 패인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의 미래를 위한 계책보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관계를 앞세우는 일부 후보들의 행태에선 절체절명의 당을 살리겠다는 의지보다 허망한 당권욕만 보인다.

전당대회가 당을 북돋을 활력소가 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실의 엄정한 중립 선언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은 성패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거부권조차 무력화 할 수 있는 내분을 초래하거나,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황우여 당 비대위원장이 최근 “항간에 용산 개입설이 나도는데 용산에서 특정 후보와 연계하는 일이 결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천명했다. 이 말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국민에게 머리 숙이는 게 습관이 된 정당'이라는 조롱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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