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올라간 물가, 왜 안떨어지지?"
"고유가로 올라간 물가, 왜 안떨어지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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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면서 "늘어나는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일제히 가격표를 갈아치웠던 소비재들이 고점 대비 반토막으로 고꾸라친 유가에도 여전히 인상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불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번 오른 '장바구니 물가'는 소비자들의 한숨에도 요지부동이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던 유가의 가파른 곡선에 '울며 겨자먹기'로 살인적 물가 상승을 수용한 소비자들은 이제 "왜 아무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문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AP통신은 19일 설명했다.

소위 '비탄력적 가격(sticky price)'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이 현상은 기업들이 유가 상승과 같은 가격 상승 요인으로 가격을 인상한 뒤 그 같은 요인이 사라진 뒤에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학적 용어.

소비자 가격 즉 물가는 보통 원유나 밀과 같은 핵심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에 뒤쳐져서 대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각 기업들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경쟁사, 경쟁 제품과의 관계 등이 또 다른 변수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원가 상승으로 늘어난 부담을 소비자가에 반영할 경우 매출 감소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 이뤄질 경우가 그렇다. 가령 미국 육류업체 타이슨 푸드는 큰 폭의 원가 상승에도 판매량 하락을 우려, 가격을 고정시킨 뒤 3분기 순이익이 92% 급락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한번 오른 가격은 불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 노동부의 9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0.1% 상승, 당초 예상보다는 원만한 상승세를 거쳤으나 같은 기간 폭락한 유가로 인한 변동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당초 '제품 가격'이라는 것이 제조 원가 보다는 경쟁 업체와의 가격 경쟁, 단합, 마케팅으로 포장된 '거품'이라는 점도 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단서다.

코카콜라의 가격은 원료인 옥수수 과당의 가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인 펩시 콜라의 가격에 춤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번 올라간 가격이 내려가기 위해서는 경쟁 품목이 인기를 끌거나 혹은 한 업체가 가격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가격 전쟁'을 선포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 같은 가격 전쟁은 업계 자체의 출혈을 불러일으키며 소송의 대상까지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나서기를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996년 미국 시리얼 업계의 가격 경쟁은 이 같은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로 꼽힌다.

당시 포스트는 자사 제품 가격을 20% 인하,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자 했지만 이는 경쟁사 켈로그의 19% 가격 인하 대응으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동반 수익 하락 현상을 야기했다.

그 후 켈로그는 고급 시리얼 시장을 통해 서서히 가격을 회복시키기 시작했으나 이들 업체들의 수익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도 수익 유지를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높은 가격 유지라는 것도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다.

같은 이유로 고유가 바람을 타고 상승한 항공요금도 요지부동이다. 미국의 9월 항공요금 평균은 지난 1년간의 꾸준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년 대비 15%나 인상됐다.

여행 업체 하렐 어소시에이츠의 밥 하렐 회장은 "업계가 가격을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크게 양보한다 해도 인상폭을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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