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 민은숙 청주 단재초 사서교사
  • 승인 2025.03.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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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지난달에 퇴마록 영화판을 보러 갔다. 웹소설이란 말도 없던 1990년대에 PC통신으로 읽던 글이 2025년에 영화화가 된 거다. 예전 기억이 있어 이걸 보러 가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원작가가 참여했다는 말에 보러 갔다. 보면서 행복했다.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가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원작가가 참여한 탓에 소설 그대로 영화가 되었고, 소설 속 인물들이 설정 그대로 살아있더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발 다음 편이 나오길 빌게 되더라.

하츄핑 생각이 났다. 작년에 티니핑의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영화판이 나왔더랬다. 애들이 많이 보러가더라. “하츄핑 책 없어요?” 하면서 찾는 애들이 엄청 많았다. 책이 안 나왔기에 “아직 책 안 나왔다” 하면서 계속 언제 나오나 하고 발간을 기다렸는데, 좀 늦게 나와서 결국 구입을 못하고 구입 예정목록에 넣어두고 마무리 짓고 나왔다.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애들도 얼마나 추억 돋고 좋았을까.

최근에 ‘오징어 게임2’을 제친 작품이 있대서 체크하려고 ‘중증외상센터’ 드라마를 봤다. 이틀 동안 8편을 다 봤다. 재밌더라. 이런 작품은 두 번째 시즌이 안 나올 리 없다. 근데 빨라야 내년에나 나올 거 같다. 그럼 원작을 보자 싶어 e북을 구입하려고 보니까 없다. 모 포털사이트 독점연재작으로 연재분만 있더라.

한편 한편 사는 거도 나쁘진 않은데, 나중에 여러 편의성을 갖춘 e북이 나오면 속이 쓰리다. (이미 몇 번의 슬픈 경험이 있다) 아⋯ 그럼 종이책은 나왔다니 출간된 종이책으로 보자 생각하고 도서관을 찾아보니 1부는 이미 다 예약이 줄줄 잡혀있다. 포기하고 포털연재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엥? 장관님 어디갔어?’부터 시작해서 ‘우리 조폭 이름 천장미 아녔던가?’ 하면서 읽고 있다. 내용 자체는 드라마와 큰 차이는 없더라. 인물구성이 좀 변해서 비교해가며 읽는 소소한 맛이 있다.

이 책의 현실판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국종 선생님의 ‘골든아워(흐름출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골든아워’가 현실이라면, ‘중증외상센터(이낙준(한산이가), 몬스터)’는 환상이라고 해야 하려나 싶다. 이상적이고 이랬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 시원하게 이야기가 죽죽 나간다.

‘골든아워’는 갑갑해서 여러 번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중증외상센터’는 신나게, 조바심 내면서 클릭을 하고 있다. ‘골든아워’는 종이책으로, ‘중증외상센터’는 연재분을 읽고 있는 것도 정반대라 묘한 맛이 있더라.

현실의 이국종은 현재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일하고 있고, 소설의 백강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묘하다. 현실, 소설, 만화를 어우러 비교해가면서 읽는 경험을 해보고 있다.

시대가 참 많이 변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정작 몇 년 전만 해도 웹소설이 이렇게 대중적이진 않았던 거 같다. 최근 작품들을 보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사례도 많아져서 탄탄한 전개를 가진 글들이 많아졌다.

도서관에서 종이로 된 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웹에서 전자도서관이나 온라인 서점서 전자책이나 소설 연재분을 구입해 읽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나무에서 종이로, 전자적인 매체로 변해가는 시대에 있다는 실감도 든다. ‘인류는 무언가를 기록하기에 아직 종이보다 편한 매체를 찾지 못했다’는 구절이 담긴 SF소설도 있었는데 지금 그 작가가 현 세태를 어떻게 볼지도 궁금해진다.

더불어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여러 K-웹소설의 미디어믹스가 예정되어 있는데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우리는 변화하는,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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