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모적 논쟁 이어 보행로까지 정쟁수단 이용
시민들 “되레 정치혐오 부추긴다” 잇단 볼멘소리

`불법계엄 내란음모 윤석열 탄핵!'(더불어민주당), `수사검사 탄핵! 이재명 방탄! 예산폭거!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나라 정당입니까!'(국민의힘), `내란죄 주범 윤석열을 체포하라!'(정의당)
청주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충북 여야가 `현수막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청주시내 곳곳에는 민주당 등 야당의 `위헌 계엄'이라는 내용의 현수막 설치가 시작됐다.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자 현수막은 윤 대통령 탄핵 촉구와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도 지난 17일부터 주요 사거리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 등의 현수막으로 응대하고 있다.
`불법계엄 윤석열 탄핵' 구호가, 또 다른 현수막에는 `윤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이라는 구호가 담겨 여야 간의 현수막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주시에는 현수막 지정게시대 330곳이 설치돼 있지만 정당 현수막들은 가로등이나 보행자 보호용 울타리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게시되고 있다.
현수막이 가게의 간판이나 횡단보도 신호등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적잖다.
여야가 국회 내에서의 소모적인 논쟁에 이어 시민들의 보행로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정치 현수막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현수막으로 게시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애초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의 단속 대상이지만 정당 현수막은 정당 명칭, 게시자 연락처, 게시 기간 등 일정 요건만 갖추면 지자체 신고도 필요 없고 지정 게시대가 아니더라도 내걸 수 있게 변경됐다.
법 개정의 이유로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 등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보장을 내세웠던 정치권이 정작 정책이나 현안보다 정쟁에만 몰두하고 치적 생색내기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단속할 수 있는 현수막 설치 사례를 구체적으로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의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해 읍·면·동에 1개씩만 게시하도록 했다.
청주시내 곳곳에 있는 가로등에 정당별로 현수막이 마구 설치되는 점을 고려해 가로등 1개에 서로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2개 이상 설치하는 것도 금지하도록 했다.
현수막 글자는 최소 세로 5㎝ 이상 크기로 표시기간, 연락처 등을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표시기간(15일)이 지난 현수막은 자진 철거해야 한다.
개수, 장소 등 표시 및 설치 방법을 위반한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청주시내에 걸려있는 현수막은 표시기간과 연락처를 기재하지 않은데다 일부는 표시기간이 훨씬 지났지만 철거가 되지 않고 있다.
/하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