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각오 가다듬을 때
‘사즉생' 각오 가다듬을 때
  • 권혁두 국장
  • 승인 2024.11.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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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생명이 끊길 수 있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 15일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은 물론 2027년 대선 출마 자격도 박탈된다. 예상 밖의 중형이다.

무죄이거나 직 유지가 가능한 100만원 미만 벌금형을 낙관했던 민주당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비명계의 싹을 자르다시피 하며 1인 체제를 굳힌 이 대표의 당내 위상이 당장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2심과 다른 재판들의 결과에 따라 입지를 잃을 수 있다.

오는 25일 1심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를 비롯해 대장동·백현동·성남FC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등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을 가를 재판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대표는 선고 다음날 5개 야당이 공동 개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집회에 참석해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적을 제거하려는 검찰 독재정권의 음모에 부역한 정치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환호하는 광장의 지지자들이 아니라 사법부 판결에 달려있음이 현실로 확인됐다. 법관들이 정치 외압에 쉽게 휘둘릴리 없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법원을 믿지 못하시고 자꾸 이런저런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그런 행동을 하시면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윤준 서울고법원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 재판을 맡은 한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하자 자제를 요청하며 한 일종의 탄식이었다. 하지만 그의 호소에도 불구 재판부 압박으로 여겨질만한 행태들은 계속됐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친명계 의원들은 100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당내에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법원을 겨냥했고, 의원들은 온라인에서 릴레이 서명 운동을 펼치며 이 대표의 결백을 주장했다. 재판이 열린 15일에도 강성 지지자 수천 명이 법원 근처에 모여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의 중형 선고였다. 역효과가 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 이 대표가 할 일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거대 야당의 책임자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지자들과 추종 의원들에게 법원에 대한 비판과 압력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부터 해야 한다. 남은 재판도 신속히 진행되도록 협조해 출마 자격을 유지하려고 재판을 대선 때까지 질질 끌려고 한다는 구차한 억측도 잠재워야 한다.

이 대표의 불투명해진 미래가 길어질 수록 당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당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수권 정당의 역량을 쌓도록 돕는 것이 지금 이 대표가 짊어져야 할 소임이다.

야당의 특검 공세에 방어 모드로 일관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을 호재삼아 대반격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은 장외에서 탄핵의 고삐를 조이고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틀 집중 공략해 정쟁이 고조될 공산이 높아졌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안보와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며 국민 불안감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여야가 비상한 시국 대처에 써야 할 시간을 상대 정파의 우두머리를 겨냥한 정쟁에 허비한다면 어느쪽도 여론의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발족했다.노무현·문재인 정부때 외교·안보를 지휘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트럼프 시대에 대비한 외교·안보 정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급변한 대외 환경에 집권당 보다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자문회의 출범식에 이 대표도 참석해 “격화할 외교·안보 환경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자”고 했다.

그가 재판은 법률 조력자들에게 맡기고 이런 공적 역할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사즉생(死卽生)의 담대한 각오를 다듬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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