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경급은 기초자치단체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장의 직급이다. 한 계급 아래인 경정은 경찰서 과장급, 도경찰청 계장급으로 사실상 실무자에 해당한다.
불과 계급 하나 차이지만 지휘관인 총경과 실무책임자인 경정은 하늘과 땅 거리만큼 거리가 있다. 이런 까닭에 경찰 내부에서는 총경을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경찰의 꽃을 달 수 있는 총경 승진 인사철이 다가오고 있다. 인사가 두 달여 남았지만, 벌써 승진 후보자들의 물밑 경쟁은 후끈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다.
총경 계급장을 따기 위한 경정들은 그야말로 불꽃이 튈 만큼 치열하다. 겉으론 무덤덤하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올해 최대 관심은 계급장의 주인이 누군지 보다도 충북에 몇 명의 승진자가 배출되느냐다.
2022년부터 2년간 충북 출신 윤희근 전 경찰청장 재임 시 충북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사실은 충북경찰 스스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 전 청장의 임기 첫해 충북경찰청은 1991년 개청 이래 32년 만에 처음으로 4명이 승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듬해에도 또다시 충북에 4명의 총경 승진자가 배출됐다는 점이다.
2년 만에 무려 8명이 총경 계급장을 달면서 충북 경찰의 인사 적체를 해소했다.
본청을 비롯한 다른 시도청에서는 안티(anti) 충북 정서가 짙다는 얘기가 적잖다
2년간 8명 배출됐을 만큼 혜택을 받았으니 올해 충북의 복수 배출은 힘들지 않겠냐는 내부 여론이 일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전국 평균 총경 승진 인원은 2019년 92명, 2020년 107명, 2021년 87명, 2022년 135명, 지난해 135명으로 평균 111명이다.
전국 경찰관 대비 충북청의 점유율(정원 기준)이 약 3%에 이르는 수치를 따져볼 때 충북의 총경 승진 인원은 3.3명이 적정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통계에서 입증하듯 충북의 복수 배출은 명분 있고 합당하다. 도세가 비슷한 인근 지역과 비교할 때 충북의 복수 배출은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또 충북이 그동안 받아온 인사 홀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충북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차례(2007년2013년)를 제외하고 매년 1명만 총경 승진을 해왔다. 그런 탓에 젊고 유능한 경찰관이 계급정년에 걸려 제복을 벗는 사례도 있었다.
충북은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한해 뒤처지는 까닭에 2015년도 승진한 경정이 구제, 2016년 주력, 2017년 발탁으로 구분된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주력층 이상으로 열심히 발로 뛰며 땀 흘린 구제와 발탁층에서 승진자가 나올지다.
경찰청은 올해 능력과 세평을 고려해 상당수 경정을 구제발탁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져 충북의 대상자들이 한껏 기대하는 눈치다. 능력도, 감각도 없이 연차만 채운 경정들을 주력층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계급장을 달아주는 사례는 한두 번이면 족하다. 이는 충북경찰 스스로 경찰의 꽃 위상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입직 경로에 따른 승진 안배를 따지면 내가 무조건 된다, 특정 인사에게 조력을 약속받아 승진권에 들었다 등의 망언을 쏟아내는 대상자들도 반성과 함께 자중해야 한다. 평생 발이 아닌 입으로만 근무해 온 무능력한 그들의 망언 탓에 가뜩이나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충북에 승진 카드가 단수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놀림이 자칫 충북경찰에 망사(亡事)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