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룩을 아시나요.
MZ세대(1980~1990년대생) 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신조어인데 자녀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새 학기에 등원할 때 입고 나가는 옷을 일컫는다.
유치원에 간다는 뜻의 등원(登院)과 차림새나 옷을 뜻하는 영어 단어 `look'이 합쳐진 젊은이들만의 신조어다.
얼핏 들어서는 `그렇겠거니' 할수 있지만, 유아동의 등원룩 한 벌이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면 문제가 다르다.
서울, 수도권의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유아동복 시장을 노리고 개설한 명품 매장이 자녀들을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학부모들의 극성(?)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아동복 전문관(키즈관)인 지난 9월 구매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입점 브랜드의 매출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2배 이상 증가했다.
프랑스의 유명 아동복 브랜드인 B사와 영국 브랜드 W사 등도 실적이 승승장구 중이다. 이들 두개 브랜드는 상하의가 최고 25만원, 외투는 50만원대에 달하는 데 지난해 63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72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성인 패딩 자켓으로 겨울용품 명품 시장에서 이미 인기를 끌었던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어도 국내 유아동복 시장에 진출해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털 소재인 여아용 다운점퍼가 153만원, 유아용 다운점퍼는 80만원에서 100만원대를 호가한다.
유아동복 명품 시장은 나날이 성장세를 구가중이다.
지난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보다 33% 성장한 2조4490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국가라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기현상이다. 한국의 유아동복 1인당 소비액은 연평균 322달러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유아동복 시장 성장세는 고가 해외 브랜드 명품들의 역할이 컸다. 소비 상위 계층을 향한 고가 아동복 매출이 신장되면서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저출산 기조에도 불구 이처럼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MZ세대인 부모들의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 뿐인' 내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겠다는 생각에 자녀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VIB(Very Important Baby·가장 중요한 내 아이)', `골드키즈'라는 새로운 육아 용어가 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
외신도 한국의 이같은 고가 아동복 소비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에선 아이들이 (1000달러를 훌쩍 넘는) 몽클레어 패딩을 교복처럼 입는다”며 아이들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한국 부모들의 소비 성향을 꼬집었다.
명품 등원룩이 잘 팔린다는 기사가 온라인에 게시되자 대다수 누리꾼의 반응이 `서운씁쓸'하고 시큰둥하다.
그중 몇몇 누리꾼이 올린 글이 눈에 밟힌다.
“있는 집에서는 2년 입을 옷값으로 150만원을 지출하고, 다른 쪽에서는 5000원 아끼려 밥을 굶고…. 자녀들 기 죽을까봐 걱정하는 부모 마음만 씁쓸.”
“이미 강남에 초등생 의대 입시반이 생긴 마당에 새삼 놀랄 것 까지야. 부의 대물림이 부러울 뿐.”
MZ세대까지 전염(?)된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 등원룩은커녕 학원비 대기도 힘겨운 청년 부모들의 한숨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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