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힐링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부대끼며 경쟁하고,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힐링이 필요하다. 철밥통 공무원이 무슨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핀잔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인 직업에는 수월한 것이 없다. 그러니 `업(業)'이라고 하지 않는가? 업무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웠던 날은 폭식하거나, 가만히 누워 있곤 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힘이 있다면 바람을 맞으며 살랑살랑 근처 공원을 걷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 좋으련만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동굴로 한없이 들어가고 있을 때 힐링연수를 가게 된 것은 너무나 럭키비키한 일이었다.
이 `럭키비키'라는 말은 IVE 장원영의 일화로, 모든 일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비슷하다. 우리가 고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걱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럴 때는 목소리를 내서 걱정을 끊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큰소리로 `이거 정말 럭키비키잖아.' 이렇게만 말해도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제천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보니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이 늘어난다. 당황하여 길을 잘못 들었는지 고민하다가 “이거 정말 럭키비키잖아, 충주호 가을 단풍도 보고”라고 큰 소리로 말하니 재미도 있고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연수원에서는 급식소를 운영하지 않아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사장님 음식 솜씨가 정말 좋아서 모든 음식이 엄마가 해 주신 것처럼 삼삼하고 맛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직접 음식을 하지 않아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첫날은 수천 년 동안 티베트에서 사용되어 온 싱잉볼 명상을 했다. `노래하는 그릇'이라니 이름부터 너무 낭만적이다. 이 싱잉볼은 고요하면서도 울림 있는 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싱잉볼에 물을 담아 말렛으로 문지르니 소리와 진동으로 물이 회오리치는 모습도 신기했다. 두 명이 짝을 이뤄 몸 위에 싱잉볼을 올려놓고 치니, 몸으로 퍼지는 울림에 몸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정방사에 올라갔다. 이 정방사는 금수산 기암절벽 위에 있는 절로 입구인 일주문이 다른 절과는 달리 기둥이 아닌 바위로 되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초록색 이끼 위에 도토리 갓을 쓴 동자승이 있고, 원통보전을 지나면 한쪽 벽면 전체가 자연 상태의 바위를 살려 지은 지장전이 있다. 바위를 없애지 않고 원래 상태를 보존하여 전각을 짓고 불화를 그린 것을 보니, 자연을 존중하는 선조의 마음과 멋진 솜씨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해가 떠오르며 운해가 걷히길 기다렸으나,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이 연수의 백미는 단양과 제천에서 이뤄진 지역탐방이다.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서 청풍나루에서 내리는 코스로 푸른 하늘 아래 배 위에서 경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여유롭다. 아침에 올라갔던 정방사가 어디쯤 있는지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배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전망대에 오르니 악어가 떼를 지어 있다. 나무 한 그루 한그루가 거친 악어의 느낌을 살려, 살아있는 악어처럼 보인다. 전망대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역시 배경이 좋아 사진이 잘 나온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오솔길을 걷다가 올라오는 계단에 적혀 있는 글을 보고 머리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지금 쟤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내가 더 걱정이다” 맞다. 앞에 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야 한다.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넓은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럭키비키한 일이다. 그리고 힐링연수, 완벽한 럭키비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