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으로까지 확대된 가자 전쟁이다. 공통점이 많다. 영토 싸움 성격이 짙고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장기전으로 흘러 종전을 예측하기 어렵고, 민간인을 가리지않는 무자비한 방식으로 수행돼 인명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도 닮았다.
하나 더 고르라면 핵전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전쟁 당사국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거나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전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공인, 이스라엘은 비공인 핵보유국이다. 이스라엘과 일촉즉발인 이란도 핵기술이 만만찮다. 이란은 20년전 일종의 율법을 발표하며 핵을 활용하되 핵무기 개발에선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으나 그간 축적한 핵기술은 수준급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국방 전문가들이 “이란이 비축한 고농도 우라늄을 무기로 전환하는데 2주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가들이 공공연하게 핵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후 심심찮게 핵공격 가능성을 입에 올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자국의 핵 사용 원칙을 담은 교리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한 국가 역시 `공격자'로 간주해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핵 보유국인 미국과 프랑스 등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면 핵을 쓸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스라엘의 극우파들은 이참에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 핵무장의 싹을 자르자고 주장한다. 미국 등 서방이 말리고 있지만 전쟁의 성패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네타나휴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는 예단키 어렵다.
이란은 핵시설이 공격당하면 즉각 핵 운용 전략을 바꾸겠다고 응수했다. 곧장 무기 개발체계로 전환해 핵무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끝모를 전쟁이 핵보유국을 하나 더 늘리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에겐 강건너불이 아니다.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합법적이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AEA 내부에선 이미 북한이 핵탄두를 30~ 50개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고 한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 용어 자체가 의미를 잃은만큼 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핵 결의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은 올해 새로 채택한 정강에서 종전에 들어있던 `북한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포기' 아니면 `인정', 둘 중 하나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고무된 탓인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고만장이다.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모든 공격을 주저없이 사용할 것이며, 핵무기도 배제하지 않는다”. 얼마전 노동신문이 보도한 그의 한 기념식 발언이다. 이어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그로시 총장은 “우리가 문을 닫아걸은 뒤 해결된 게 있느냐”며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조차 대화는커녕 무력 충돌이 우려될 정도로 최악이다. 북한은 남북 교류의 상징인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구간을 폭파했다. 남한이 평양에 침투시킨 무인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부터는 남으로 오물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남쪽에서 살포하는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 조처다. 주고받는 언사도 갈수록 험해진다. 질세라 수위를 높여가는 장군멍군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러-우크라 전쟁의 양측 사상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가자에선 1년만에 4만2000명이 죽었다. 어린이가 1만1400명에 달한다. 그 지옥문 앞에서 핵까지 등에 업은 자칭 `선군(先軍)국가'와 벌이는 난타전에 불안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고있다.
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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