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산책하는 공원 가 한적하던 한 식당에 손님이 만석으로 가득차고 대기 줄까지 생겼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이란다.
요즘 열풍이라더니 흑백요리사의 후폭풍이 대단하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요리사의 말을 흉내 내는 숏츠는 물론 경연에서 선보인 요리를 직접 해보는 것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인기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음식은 매일 먹기에 그 중요함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매일 먹는 음식은 단지 한 끼 식사로서 영양을 공급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구와 먹는지, 어떤 맛을 즐겼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얻었는지 등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식사, 그 순간에 찾아오는 다양한 느낌과 기억들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시에 음식이야말로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준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즐기는 데 필요한 미각교육을 실시해왔다. 우리나라도 2015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실과 교과에 오감으로 맛을 느끼는 교육을 시작했다. 단지 배를 불리는 행위로서 식문화를 넘어 식재료의 다양한 맛을 느끼고, 그 맛들을 조화롭게 인식하는 것을 초등학교부터 배워가는 것은 의미 있는 시작이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식의 나라라 불리는 프랑스의 맛 교육 역사는 길다. 1971년 시작한 어린이 미각교육은 1983년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여러 학교에서 전 학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여 실시하고 있다. 특히 딱 요맘때 10월 둘째 주를 `미각 주간'으로 정해 전국의 요리사 3500명이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가 요리 수업을 진행한다. 매해 음식 낭비를 줄이거나 다양한 맛을 경험하는 등 특별한 주제를 정하여 미각 수업을 실시하고 단지 음식의 맛을 보는 것을 넘어 조미료가 재료의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등 맛의 구조와 요리의 기본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은 2007년 식육(食育)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 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감각을 깨워서 맛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그 자체가 생명이며, 그 생명을 통해 우리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됨을 인식하도록 돕고 먹는 것 그 자체를 인식하고 그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갖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음식 자각(Food con sciousness)으로 개념화한 것도 일본이다.
이 음식 자각은 먹거리, 먹는 일, 먹는 방법이라고 하는 일상의 행위를 확실히 의식하고, 감사하다는 마음, 잘 먹겠다는 마음, 잘 먹었다는 마음, 아깝게 여기는 마음의 4가지의 마음으로, 먹는 것과 생명을 연결하도록 한다.
맛의 고장 이탈리아 역시 1998년부터 초등학교 미각교육을 의무화하였다. 이탈리아의 맛 교육은 지역별로 다양한 요리와 맛을 조화롭게 조합하는데 중점을 두며 특히 신선한 재료와 발효 과정을 통한 슬로푸드가 주는 전통 음식 맛의 이해를 중시한다. 또한 가족과 함께 요리하고 맛을 공유하는 가족 식문화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흑백요리사 정주행을 마치니 드라마 한 편이 알고리즘으로 추천되었다. 한 어린 아이가 아파 누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을 때, 아빠 친구인 주인공 요리사가 엄청나게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주었지만 도저히 먹지 못했다. 그런데 헤어진 엄마가 만들어 보내온 음식을 보자 바로 일어나 먹었다. 소박한 가정주부인 엄마 음식의 객관적 완성도야 유명 요리사의 그것에 비할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맛은 다분히 주관적이기에 엄마의 된장찌개가 요리사의 파인 다이닝을 이기기도 한다.
갑자기 할머니가 해주시던 칼국수가 그리워진다. 맛은 사람과 추억을 부르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오늘 당신은 어떤 맛이 그리웠나요?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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