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드 디포네고로
바바드 디포네고로
  • 김미소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 승인 2024.10.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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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여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 최대 도서국은 어디일까? 천상의 휴양지 “발리”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다양한 민족 구성만큼이나 인도네시아의 역사는 수백 가지 이야기로 가득하다. 약 340여 년 동안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역사적 경험과 제국주의에 대한 항전의 역사는 17,000여 개의 섬에 공존해 온 다양한 민족들을 “인도네시아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능하였다.

이처럼 제국주의 시대 인도네시아의 항전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2013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바바드 디포네고로』다. 『바바드 디포네고로』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술탄국의 왕자였던 디포네고로(1785~1855)가 1831~1832년 유배 생활 중 남긴 자전적 연대기이다. 디포네고로는 당시 토착 엘리트 사이에 만연해 있던 부패를 바로 잡고, 자바의 전통적 토지 관습법을 무시한 네덜란드 식민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5년간 게릴라전을 펼쳤다. 1830년 네덜란드군에게 체포된 왕자는 술라웨시에 유배되었다가 1855년 사망하였다.

그렇다면 연대기의 주인공, 디포네고로는 오늘날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이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바드 디포네고로』의 부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부제는 “자바의 왕자이자 인도네시아의 국민 영웅이며 범이슬람주의자인 디포네고로(1785~1855) 왕자의 자전적 연대기”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자바의 왕자”이다. 19세기로 접어들며 자바 사회는 네덜란드 제국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고유의 전통과 관습이 해체되고, 토착 엘리트 간 부패와 분열이 가중되고 있었다. 디포네고로는 자바의 전통과 이슬람을 결합하여 자바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복원하겠다는 기치 아래 자바의 농민, 종교 지도자들을 하나로 결집했다. 또한 디포네고로는 네덜란드 제국주의 질서 아래 사라져가는 자바의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네덜란드 전쟁 포로들에게 자바어를 사용하고, 자바 전통 의상을 입도록 명하기도 하였다. 오늘날까지 자바가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인도네시아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자바의 왕자, 디포네고로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영웅”이다. 디포네고로는 1973년 인도네시아의 국민영웅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첫째, 네덜란드 식민 통치에 대해 강력히 저항하였고, 둘째, 민중과 종교 지도자들을 통합하였으며, 셋째,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독립·발전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범이슬람주의자”이다. 디포네고로는 본인이 신실한 무슬림이였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여 이슬람교에 기반한 신정 정부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또한 디포네고로는 동시기 오스만 제국의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와 서신·인적교류 등 각종 외교적 접촉을 통해 이슬람 세계와 긴밀히 연대하였다.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전체 인구의 약 87.06%가 무슬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세계 종교로서 이슬람의 가치를 강조하고,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와의 연대를 보여준 디포네고로의 행적은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국정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총 11건이다. 이 가운데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기록물은 『바바드 디포네고로』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1960년 유엔총회 연설 관련 기록물 2건으로 압축된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디포네고로라는 인물이 얼마나 중요하게 기억되고 있는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디포네고로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디포네고로는 제국주의 흐름 속에서도 토착문화를 지켜낸 인도네시아의 국민적 영웅이자, 사회의 도덕적 기준으로서 종교에 대한 존중과 이슬람교의 보편가치를 실천한 국제적 인물로서 기억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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