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상 변화
한국의 위상 변화
  •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 승인 2024.10.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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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미국과 같은 나라가 통치하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며 일본은 필리핀에 대해 어떠한 침략의 의도도 갖지 않는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의 보호권을 확립하는 것이 러일전쟁의 논리적 귀결이고, 극동의 평화에 공헌할 것으로 인정한다.'

1905년 7월 가쓰라 일본 수상과 태프트 미국 육군장관이 도쿄에서 대한제국과 필리핀이라는 지역을 상호 특수 영역으로 인정하여 양국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상호 구두로 양해한 합의.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이 밀약은 `러일전쟁의 원인이 된 한국을 일본이 지배함을 승인한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미국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해주고 대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했다. 이는 약 20년 후인 1924년 역사가 타일러 데넷(1883~1949)의 루스벨트 문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것은 이후 `제2차영일동맹', `포츠머드강화조약'을 거쳐 `을사늑약'을 통해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탈취해 가는 과정의 한 단계 조치였다

이 밀약 당시 미국의 육군 장관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는 훗날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뒤를 이어 미국의 제 27대 대통령이 된다.

1905년 7월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종전이 임박하면서 강화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국력이 피폐하고 자원이 고갈되어 과연 전쟁 종결 이후 한국에 대한 보호권의 확립이 가능할 것인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세계의 강대국, 특히 영·미 양국의 지원을 기대하였다. 한편 미국은 러일전쟁 중 일본에 호의적인 입장으로서, 전비 조달을 위한 일본의 공채 모집에 응하기도 했고, 전후에는 일본이 태평양 지역의 미국 영토, 특히 필리핀 군도에 대한 침략의 야심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이런 양국의 입장이 자연스레 접근되어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 미국은 필리핀에 대해 자국의 이해 확립을 위한 일종의 구두 양해를 성립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시계를 현재로 되돌리자.

우리나라가 타임, 뉴스위크와 함께 미국 3대 시사주간지로 꼽히는 `US뉴스&월드리포트'의 전 세계 국가별 국력 순위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제치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최근 BAV그룹,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공동으로 `2022 최고의 국가' 순위를 매겨 발표했다. 전세계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세계 85개국의 모험성, 민첩성, 문화적 영향, 기업가 정신, 문화적 유산, 이동 인구, 기업 개방성, 국력, 삶의 질, 사회적 목적 등 10개 요소의 점수를 계산해 순위를 매겼고, 한국은 `전세계 국력 랭킹(Power Rankings)' 부문 6위를 기록했다.

1위는 미국이었고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그 뒤를 차지했다. 지난해 6위였던 일본은 두단계 내려가 8위를, 프랑스는 지난해와 같은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조사의 다른 평가 부문인 `최고의 국가' 순위에선 20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7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같은 조사에선 15위를 기록했다.

최고의 국가 1위는 스위스가 차지했다. 이어 독일, 캐나다가 차례로 뒤를 이었고 미국, 스웨덴,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덴마크가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강요된 선택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국력 6위는 물론 지구촌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현재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 문화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섰음을 알려준다. 이제 우리 운명을 스스로 남에게 맡기는 못난 조상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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