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책 읽기 활동을 학생들과 함께한다.
여러 사회 분야를 나누고 각 분야를 다룬 책을 골라 읽고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분석하는 활동이다.
의료, 노동, 범죄, 장애 등의 사회 분야를 임의로 나누었는데 그 중 동물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친구가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골라서 읽었다. 작가가 동물을 키우는 농장들에서 노동자로서 직접 일하며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서 생생한 노동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하나의 생명으로서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는 동물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면서`생명을 어떻게 대하여야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에 수업에 들어갔더니 한 아이가 옆 친구를 가리키며 “선생님, ○○이는 오늘 점심에 나온 닭보쌈 안먹었어요!”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하여 들어보니 책에서 병아리 농장의 실태를 다룬 부분을 읽고 나서는 도저히 닭고기를 먹지 못하겠더란다.
책의 부화 농장을 다루는 부분에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한 후 수평아리를 곧바로 폐기하는 과정이 나온다.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암평아리만 필요하기 때문에 키울수록 사료 값만 들어가고 상품가치가 없는 수평아리는 농장에서 나오는 달걀껍질 등과 함께 버려서 비료로 만들어진다.
작가는 이 과정을 자신이 본대로 덤덤한 문체로 묘사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광경이 꽤 잔인하여서 학생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번에는 ○○이가 닭고기 자체를 먹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일상적이고 당연했던 생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나아가 삶의 방식까지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동물의 사육 환경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달걀을 살 때 닭의 사육 환경이 표시된 난각 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닭이 살기 좋은 사육 환경이 마련된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이 훨씬 비싸지만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이 잘 팔려야 이런 환경을 갖춘 농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달걀을 일부러 골라 구매하게 되었다.
책 한 권을 통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소비하고 먹는 습관까지 변화되는 모습에서 우리는 배움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확인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배움이 항상 즐겁고 쉬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삶의 변화는 귀찮고 어려우며 때로는 지루한 과정을 겪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며칠이 지나 급식에 다시 닭고기가 나온 것을 보며 00이 생각이 나서 다음 수업 시간에 일부러 ○○이에게 급식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물었다.
옆 친구들이 서로 나서서 오늘은 ○○이가 닭고기를 먹었다고 대답해주었다.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번 자기가 왜 닭고기를 못먹었는지를 되돌아봤다고 한다.
앞으로 아주 안 먹을 생각은 아니지만 굳이 찾아 먹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에 배움이 만드는 작은 변화가 쌓여 더 좋은 행동으로 채워지는 ○○이의 알찬 삶을 응원한다.
구용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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