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너무 덥구나. 너무 더워! 한국은 추석이 지나고도 여전히 무덥구나.
이 더위는 언제쯤 사그라들까? 추석이 가까워지면, 쌀쌀한 아침저녁 기온으로 명절 지내기 딱 적당한데, 이렇게 더우니, 명절을 어찌 보내나 걱정이 되더구나.
올 추석에는 가족들과 차분하게 보냈지. 엄청 덥기도 하고. 그래도 명절 음식은 내 손으로 직접 해서 가족들과 함께 먹어야 진짜 명절이라 생각한단다.
그래서 간단하게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하는데, 샬럿 네 생각이 간절하더구나.
무, 당근, 감자 크게 크게 썰어 한 번 삶아낸 소갈비들과 끓여 낸 후 표고버섯, 밤, 은행, 잣을 골고루 넣어 더 풍성해진 갈비찜 국물에 밥 쓱쓱 비벼 살코기 한 점 얹어 샬럿, 네 입에 넣어준다면 얼마나 맛있다고 방긋방긋 웃어 줄까?
오색 빛깔 곱디고운, 깨 송편 하나씩 골라 양손에 쥐여 주면 한 입 야무지게 깨어 물며 오물오물 씹을 텐데, 추석 송편을 어찌 보내줄 수 있을까?
막 짜낸 참기름 고루 발라 고운 소금 살짝 뿌려 앞뒤 바싹하게 구운 햇김에 햅쌀로 잘 지어낸 밥 한 숟가락 싸서 먹여주면 또 얼마나 맛있다고 할까?
색색이 곱게 부쳐낸 부침들과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의 맛을 어찌 너에게 전할 수 있을까? 한국의 밥상, 조선팔도 맛난 것을 너에게 먹일 수 있다면~.
샬럿, 어찌 너와 함께 한 시간을 잊을 수 있겠니? 작년 가을쯤 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와 우리 가족들은 가을부터 설레었지.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메시지에 가슴이 떨리더구나. 한국 땅을 처음 밟는 너를 위해 나는 하나하나 준비했지. 네게 필요한 것들이 많더구나.
네가 머물 방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이미 너를 만난 거 같더라.
추운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12월 겨울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너, 분명 반소매 여름옷차림으로 한국에 올 너를 위해 따뜻한 오리털 점퍼와 숄까지 다 챙겼었지. 얼마나 추웠을까? 한국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느꼈겠지.
처음 한국에 온 너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겠지. 한국의 곳곳을 다니며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워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구나.
서울, 대전, 전주, 여수, 제주, 강릉을 찍고 다시 서울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너.
작년 12월과 1월의 그 짧은 시간 한국 곳곳을 두루두루 보고 다녔던 샬럿, 너와 보낸 시간이 참 짧게 느껴지더구나.
십여 년 전 어학연수로 머나먼 타국 땅에 간 네 엄마는 공부하며 일하다 네 아빠를 만났지.
둘은 사랑을 키워 결혼하게 되었고, 결국 샬럿이라는 제일 큰 축복을 받았단다. 난임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시험관 시술로 임신이 되다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고생 많았을 네 엄마와 아빠. 특히 머나먼 이국땅에서 결혼과 출산 그 과정을 다 감당해냈을 네 엄마의 마음이 다 느껴지더구나.
샬럿, 샬럿. 이름만 불러도 이쁜 우리 아가야, 나는 네가 살아갈 이 땅과 이 세상의 모든 곳을 축복한단다.
네가 만날 모든 시간을 축복하고, 우리의 아가들이 살아갈 세계 곳곳의 평화를 바라며 기도한단다.
샬럿, 나는 한국의 모든 것을 너에게 전해주고 말해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구나.
보고 싶은 샬럿, 어서 와 한국으로 언제든 오렴, 기다리고 있을게.
한국에서 큰이모가.
구용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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