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의 강렬한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단풍은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어 주변 산세와 멋진 조화를 이루며 오색찬란한 풍경을 선물한다. 이 시기가 되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도로 곳곳이 정체되는데,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안개란 매우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다니는 현상으로, 기상청에서는 수평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안개는 공기 온도가 갑자기 낮아지는 때에 잘 생기는데, 가을철에는 기온이 낮에는 올랐다가 밤과 새벽엔 뚝 떨어지곤 해서 안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안개는 복사안개와 증기안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복사안개는 지표면의 복사냉각에 의해 지표에 접하는 공기가 냉각되어 발생하며 주로 내륙에서 나타난다. 반면, 증기안개는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를 이동할 때 급격한 증발로 인해 수증기가 포화되어 발생하며, 주로 강이나 호수 주변에서 나타나곤 한다.
예로부터 `벼 여물 때 안개가 끼면 풍년이 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안개가 끼는 날에는 날씨가 맑아 벼가 잘 익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농사에서 안개는 길조로 여겨졌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안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농사에는 이로울지라도 교통이나 항해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짙은 안개가 원인이 되어 100대가 넘는 차량이 추돌한 2015년 영종대교 사고는 이러한 안개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교통사고 통계에서,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은 9.1%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률인 1.8%보다 5배나 높았다. 또한, 해양경찰청에 의하면 같은 기간에 2만9000여 척의 해상 조난사고가 발생했으며, 그중 844척의 사고가 저시정에 의한 것이었다. 이처럼 안개는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안개에 대한 경각심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31개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도로기상관측망 구축사업('22년~'26년)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위성, CCTV, 시정계의 자료를 융합하여 산출한 위험단계를 도로전광판(VMS)과 내비게이션으로 제공하는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위험단계는 가시거리가 1㎞ 미만일 경우 관심, 500m 미만일 경우 주의, 200m 미만일 경우 위험으로 구분되며, 정보는 5분 간격으로 제공된다. 현재는 중부내륙선과 서해안선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기상청은 올해 말까지 경부선, 중앙선, 호남선, 영동선, 통영대전중부선 5개 노선에 구축을 완료하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안개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안개로 인한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교통량이 많고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가을철에는 차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안전 운전 습관을 실천하고, 기상청이 제공하는 `안개정보서비스'와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를 활용하여 모두가 안전하고 풍성한 가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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