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 마하수리
수리수리 마하수리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4.09.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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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마수리.'

한 번쯤 들어본 말이고 한 번쯤은 해봤을 말이다. 마술사의 주문 같은 이 말은 불가(佛家)의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에서 유래됐다.

불가(佛家)에서 행하는 수많은 의식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반야심경과 함께 불자(佛子)들의 입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불교 경전인 천수경(千手經)의 첫마디는 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진언(眞言)은 산스크리트어로는 만트라라고 하는데 진실하여 거짓됨이 없는 불교의 비밀스러운 주문을 뜻한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입으로 지은 업인 구업(口業)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참된 말이다. 성스러운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경전을 독송하기에 앞서 먼저 입을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한 주문이자 입을 맑히는 의식이다. `수리수리 마수리'는 여기서 비롯됐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修里修里 摩訶修里 洙修里 沙波訶)

이것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산스크리트어 진언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sri sri maha sri su sri svaha)'를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음역(音譯)한 것이다. 수리(修里)는 산스크리트어 즉 범어(梵語)인 수디(sudhi)에서 비롯되었다. 수디(sudhi)는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힌두교의 삼주신(三主神) 중 하나인 유지의 신(神) 비슈누(Vishnu)의 아내이자 여신(女神)이다. 락슈미(Lakshmi)라고도 불리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호법신 길상천(吉祥天)과 동일인물이다. 부귀영화와 행운을 관장하는 힌두교의 여신인 수디(sudhi)가 불교가 힌두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복덕(福德)을 주는 천녀(天女)인 길상천(吉祥天)으로 된 것이다. 진언의 또 다른 단어들을 살펴보면 마하(摩訶)는 `크다' 수수리(洙修里)는 `지극하다'는 의미의 범어이다. 사바하는 `원만하게 이룬다'라는 뜻을 가진 범어인 `스와하(svaha)'를 한자어로 음역(音譯)한 것이다. `원만하게 이루게 하소서'라는 기원(祈願)은 담은 말로 불가에서는 진언이나 기도의 말미에 붙인다. 기독교에서 기도 말미에 붙이는 아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길상천이시여! 길상천이시여! 지극한 길상천이시여! 원만하게 이루게 하소서!'

종합해보면 위와 같은 정도로 풀이 된다. 범어의 해석에 따라 `깨끗하구나! 깨끗하구나! 아주 깨끗하구나! 묘하게 깨끗하구나! 원만히 이루게 되리라'라고 풀이 된다고도 한다. 해석이야 어찌됐든 진언이 가진 본연의 의미는 원만히 이루기 위해서는 말을 바로 하고 스스로 입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원(願)을 담고 있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참회(懺悔)라고 한다. 여기서 참(懺)은 용서를 청하는 것이고 회(悔)는 뉘우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반성이자 다짐이다. 천수경에는 이 참회에 대한 대목도 실려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행동과 입과 마음 즉 신구의(身口意)로 짓는 열 가지 업(業)과 이를 참회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인데 이것을 십악참회(十惡懺悔)라고 한다. 십악(十惡) 중 입으로 짓는 업(口業)만 네 가지다.

망어중죄금일참회 (妄語衆罪今日懺悔) 기어중죄금일참회 (綺語衆罪今日懺悔)

양설중죄금일참회 (兩舌衆罪今日懺悔) 악구중죄금일참회 (惡口衆罪今日懺悔)

망어(妄語)는 거짓된 말이고 기어(綺語)는 꾸며낸 말이다. 양설(兩舌)은 한 입으로 두 가지 말을 한다는 의미인데 이간질이다. 악구(惡口)는 악한 말이라는 뜻으로 악담(惡談)을 말한다.

“세 치 혀가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법정스님 말씀이다. 지은 업이 두텁다. 단내 난다. 입 먼저 헹궈야겠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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