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섭의 `꽃들도 그리움을 꽃피우다'
윤종섭의 `꽃들도 그리움을 꽃피우다'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4.09.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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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사진인문학 컬럼집을 위해 봄에 영월 동강할미꽃을, 여름에는 나팔꽃, 가을에도 야생화등 계절따라 피고지는 꽃을 찾아 카메라에 담느라 높고 낮은 산야를 쏘다녔습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난 사진가 몽이 운종섭(청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대학교 학생시절인 1975년 친구가 선물한 페추리 카메라로 사진과의 인연을 시작한 그는 풍경사진을 틈틈이 찍으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등 명상을 즐기는 꿈을 키워왔다. 그의 꿈은 국내외 사진집과 사진이론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느끼는 독학으로 사진공부를 했다.

그가 제천시청에 근무한 33년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끝낸 직후부터 `의림지의 작은 섬 그래도라 불러줄까' 개인전겸 사진집과 `봄이야 꽃이야', `제천이래요 - 카메라 옵스쿠라로 담아낸 제천인문학', `빛의 두얼굴, 밝음(明)과 어둠(無明)의 사진인문학', `의림지가 전해주는 무정설법(無情說法)', `모든게 다 인연(因緣) / (人蓮)따라 - 두 연(蓮/緣)' 까지의 여섯권에 이어 일곱번째 사진집 `꽃들은 그리움을 꽃피운다' 를 출간했다.

이번 사진집은 3편의 꽃과 인문학이야기로 그의 마음이 스며들어 있는 전위적사고(前衛的思考) 를 창의성의 사진으로 글과 함께 보여주었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상(斷想)에서 사진 작업이란 한마디로 메디타치오 (Meditatio) 명상을 통한 내마음의 힐링이라면서 꽃의 다양한 특색을 섬세한 이미지로 표현하여 메시지를 담아내는 카메라 옵스쿠라를 통해 사물들과 소통하고 깨달음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는 것에 더해 사진이라는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설레임과 기쁨을 찾아가는 사람이기에 몽이(夢?) 윤종섭인가 한다고 썼다.

첫번째 `누구에게나 나팔꽃같은 사연은 간직하리라' 로 아침해가 반가워 눈을 뜨는 나팔꽃 한송이 한송이가 마치 내 안에서 종(鐘) 을 치는 듯 하다는 그는 나팔꽃을 아침 환희, 꽃말을 기쁜 소식으로 표현하고, 이 세상 살아보면 나팔꽃 두송이처럼 꼭 맞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생각되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고 했다.

또 넝쿨손으로 주위를 살펴 조용히 손잡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나팔꽃이 곧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사람들과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번째 `동강할미꽃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를 접근하기 어려운 석회암벽 (뼝대) 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동강할미꽃에는 유난히 솜털과 떡잎이 많은 이유가 위험한 낭떠러지에서 추운 강바람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고통을 극복하려는 것 같다면서 우리네 인생살이도 동강할미꽃처럼 한 생(生)을 까맣게 태워놓은 절망과 희망이 다른 이름이 너무나 많다는걸 알았단다.

세번째 `꽃은 꽃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한다'는 지리산 화엄사와 전라남도 강진 백련사의 능소화와 홍매화, 강원도 영월 조선시대 단종(端宗)릉 계곡에 정순왕후 단종비(端宗妃)로 환생한 듯 한 청노루귀꽃, 남덕유산 월성계곡의 수달래꽃, 비움과 채움의 상징 오이꽃, 화려한 큰앵초꽃, 꽃반지 만들어주던 붉은토끼풀꽃, 청풍호반의 등나무꽃, 순결(純潔) 의 연꽃, 소백산 철쭉꽃, 노오란 별 수선화, 경주 남산의 참꽃 (진달래), 가을길의 코스모스외에도 배롱나무꽃 갈대꽃 백일홍등 70여 종류의 꽃들을 빛의 궤적을 중요시하는 환유(換喩)의 느낌과 정서, 지식이 깃든 사진인문학의 따뜻한 시각으로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았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지금까지 찍은 사진이 많이 있는데, 그동안의 주제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나뭇잎이야기'를 찍고 있으며, 사람의 마음이 문학과 사진의 어우러짐을 극대화하는 작업으로, 더욱 발전된 사진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가 사진집을 출간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2017년 동짓날 하늘나라로 간 아내 김기숙 (윤시리)에게 자신의 사진집을 헌정(獻呈) 한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1977년 경기도 고양군청에서 공직을 시작하고 제천시청으로 와 40여년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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