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 양 결혼식 소회
다림 양 결혼식 소회
  • 김기원 시인 편집위원
  • 승인 2024.09.04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모처럼 정장을 하고 임다림 양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의제인 고 임부규 딸인지라 살갑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여 예식의 전 과정을 애틋하게 지켜봤습니다.

식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하객들도 많았고, 신랑도 듬직하고 건실하게 보여 흐뭇하였지만 좋은 날 자리에 없는 의제 생각에 가슴이 저미고 눈물이 났습니다.

백세시대에 자식 결혼식에 혼주가 없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웃고 있어도 눈가에 이슬이 맺혀있는 신부, 의연하려 애씀에도 연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신부 엄마,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다가 울먹인 아들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결혼식이 끝나고 예식장을 빠져나오는데 유독 예식장 근처 일대에만 20여 분 간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겁니다.

부규가 하늘에서 내려 보다가 흘린 눈물 같기도 하고, 시집가는 딸을 축복하는 비 같기도 해 내리는 비를 원망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흥건히 받아들였습니다.

예식장 근처 찻집에서 별회 회원들과 부규를 회고하며 이구동성으로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를 연발하다 집에 왔는데도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여 잠을 뒤척이다가 이슥한 밤에 서재에 나와 애꿎은 자판을 두드립니다.

대저 임부규가 누구 길래 그러냐고요. 그래요. 전국적인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쉽게 뇌리에 떠나지 않은 평범 속에 비범이 번뜩이는 따뜻하고 고매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폐암으로 60세 짧은 나이로 귀천할 때 본보에 `임부규를 추모하며(2023. 3, 29자)'라는 제하로 칼럼을 쓸 정도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후배였지요.

그의 처가 관을 부여잡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신랑 어떻게'하며 울부짖을 정도로 좋은 남편이었고, 아들딸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으며, 동생들에겐 기댈 언덕이 되어준 든든한 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는 한결같은 벗이었고, 후배들에게는 후덕한 선배였고, 선배들에게는 깍듯한 후배였으며, 회사 직원들에겐 형 같은 푸근한 사장이었습니다.

로타리클럽 회장과 충북양궁협회 회장을 다년간 맡아 지역사회 봉사와 양궁선수 육성에 이바지했고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 김우진을 배출하는데 밑거름이 된 자랑스러운 충북인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고, 어울리면 엔도르핀이 나는 신묘한 사람이었습니다. 내게는 존재 자체가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형 같은 동생이었습니다. 그런 그와 청부회(깨끗한 부자, 늘 푸른 부부)와 별회(지역과 사회를 빛나게 하는 부부)의 일원으로 지내며 함께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하며 살았으니 복인이고 행운아입니다.

각설하고 결혼은 인륜지대사입니다.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성스러운 의식이지요.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생기고 출산과 육아가 이루어져 가문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원천이 바로 결혼입니다.

결혼식은 장소 불문하고 결혼을 보증하고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하는 주례가 주관하는 게 상례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주례가 하던 성혼선언과 축사를 신랑 신부 부모가 번갈아 하고 신랑 신부가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잔치판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임다림 양 결혼식도 부모가 아닌 신랑 신부 동생이 번갈아 나와 성혼선언과 인사말을 하고 친구가 축사를 했듯이 말입니다.

바뀐 결혼식문화가 결혼을 용이하게 하고 결혼을 유인하는 순기능을 한다면 탓할 이유가 없음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할 엄두를 못내는 총각 처녀들이 많아 걱정인 마당에 결혼문화가 어떻게 바뀐들 무슨 대수리요.

선남선녀들이 결혼해서 아들딸 놓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야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있는데 집 장만을 못해서, 아이들 키울 자신이 없어서, 혼자 사는 게 편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으니 기가 찹니다.

신랑 박태우 군과 신부 임다림 양이 예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땅의 모든 선남선녀들이여 부디 결혼해서 아들딸 놓고 알콩달콩 사시라.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