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다는 것
다정하다는 것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4.08.2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필라델피아와 뉴욕 정원 여행의 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행을 마친지 벌써 한 달인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묶어 만든 카톡방은 조잘조잘 이야기가 넘친다.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와 만난 식물들, 우리나라의 정원과 여러 영상을 공유하는데, 최근 단연 인기 주제는 `독서'다.

각자 좋았던 책을 추천하면 그 책을 읽고 짧은 감상평을 나누느라 카톡방은 여전히 수다스럽다.

최근 읽은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다정함'과 `연대'가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연구한 것을 담았다. 읽으면서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의 눈, 그중에서도 동공과 공막이 인간의 사회적 유대와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논의다.

공막이란 각막을 제외한 안구의 대부분을 싸고 있는 흰색의 질긴 섬유조직을 말하는데 사람 눈의 흰자는 투명한 결막을 통해 공막이 비쳐서 보이는 것이다.

집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다면 한번 그 눈을 보라. 공막이 거의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눈은 동공을 둘러싼 흰자, 즉 공막이 매우 뚜렷하다.

뚜렷한 공막으로 인해 우리는 눈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덕분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서 눈은 그 역할이 중요해졌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은 드러난 공막 덕분에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러난 공막은 우리에게 시선의 방향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준다. 상대방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런 시선 추적 능력은 특히 공동체 생활에서 필수적이다. 사냥이나 식량 채집과 같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때, 상대방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은 협력의 효율성을 높여 주었고 동물과 구별되는 눈의 동공과 공막 덕분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 종이 다른 인간 종들 네안데르탈 인이나 호모 에렉투스를 제치고 살아남은 것은 바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능력 덕분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메시지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우리는 서로를 읽어내고 공감하며, 그 과정에서 형성된 유대와 협력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 눈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시대, 비록 직접적인 시선 교환이 어려운 상황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눈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한다. 눈은 여전히 우리의 내면을 비추고, 진정한 다정함을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로 남아 있는 셈이다.

결국, 인간의 진화에서 눈의 동공과 공막이 강조하는 바는 단순한 생물학적 특성을 넘어 우리 인간이 어떻게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다정함, 공감, 그리고 상호 이해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이는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다.

흥미롭게도, 핀란드에서는 다정함을 학교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시켰다.

핀란드의 KiVa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예방하고, 학생들 간의 다정한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여러 특징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학교폭력을 목격한 방관자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폭력의 피해자에게 집중하게 함으로써 폭력이 발붙일 수 없는 문화를 만들어갔다.

새학기, 우리도 다정함으로 무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친다면, 그들의 공막이 말하고 있는 것을 잘 읽어보자.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염려스럽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때로는 그냥 눈을 맞추고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