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5천년 지혜의 보고인 유교의 핵심 가르침을 수록하고 있는 경전은 대학, 중용, 논어, 맹자로 이 네 권의 책을 사서(四書)라고 칭한다. 사서가 강조하고 있는 유교의 핵심 가르침은 명덕을 밝힘으로써 지공무사한 마음을 회복한 군자가 되어,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을 통해 아름답고 정의로우며 다 함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에서 강조하는 명덕(明德)을 밝히고 군자가 되기 위한 지름길을 중용은 다음의 한 구절로 요약하고 있다. “莫見乎隱(막견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 故(고), 君子愼其獨也(군자신기독야)” 즉,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 미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는 까닭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君子(군자) 愼其獨也(신기독야) 즉, 세상의 리더 역할을 하는 군자라면 홀로 있을 때 더욱더 삼가하고 조심한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신기독야'는 줄여서 신독(愼獨)이라고도 하며 중용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통해,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한다는 신독의 구체적이고 실질적 방법론에 대해 밝히고 있다. 道也者(도야자) 不可須臾離也(불가수유리야). 可離(가리) 非道也(비도야). 是故(시고) 君子(군자)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부도)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이 바로 중용이 밝히고 있는 신독의 실천 방법론이다. 직역하면 도라는 것은 한순간도 떠날 수 없는 것이며 떠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이와 같은 까닭에 군자는 보이지 않는 바를 경계하고 삼가하며 들리지 않는 바를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위의 구절은 일반적으로 누군가 타인이 보고 듣지 않을 때 즉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경계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남'이 보고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 보고 듣는 타인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바를 삼가하고 두려워하며 경계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마음의 2차 작용인 말과 마음의 3차 작용인 행동을 유발하는 마음의 1차 작용인 머릿속 `생각'이 바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다. 따라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김으로써 생각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 머릿속의 생각을 삼가하고 경계하라는 것이 유학 최고의 심법인 신독의 핵심 골수며 명덕을 밝히는 수행의 요체임을 알 수 있다.
신독(愼獨)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생각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기는 위빠사나와 수행과 일맥상통하며 밖으로 향하는 의식의 빛을 되돌려 비추어보는 회광반조(廻光返照) 수행과도 다르지 않다. 습관적인 생각에 이끌려 그릇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소가 곡식 밭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즉시 고삐를 잡아당기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십우도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다. 제 안의 온갖 주견을 비우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온전하게 끼어서 도둑이 여섯 문(안이비설신의 육근)으로 드나드는 것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도 그 근본에 있어서는 신독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매 순간순간 온전히 깨어서, 습관에 이끌려 그릇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 그릇된 생각이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리며 마음을 챙김으로써 업식의 노예로 전락하는 일 없는 보살, 자신의 이익에만 눈멀지 않는 지공무사한 마음의 군자, 이웃을 제 몸처럼 보살피며 하늘 뜻에 따라 큰 사랑을 실천하는 심령이 가난한 자들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지구촌이 도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