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같은 하루
호떡 같은 하루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4.08.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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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청주의 명물인 쫄쫄 호떡이 있다. 일반 호떡과 달리 기름에 튀겨 겉은 바삭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달하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줄을 지어 30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두 번째 꼭 가봐야 할 호떡집이 있다. 그곳은 청소년 광장에 있는 씨앗호떡 집이다. 이름 모를 씨앗이 들어가 두툼하고 크기가 크다. 둘 다 쫀득하니 간식으로는 제격이다.

호떡은 밀가루, 찹쌀 등으로 만든 반죽 안에 흑설탕을 넣어 둥글납작하게 기름에 구워 낸 음식이다.

지금은 다양한 호떡이 많고 간식으로 먹지만 6·25 전쟁 당시 배고픈 피난민들에게는 끼니 대신이었다. `호떡집에 불났다'라는 속담은 사람들이 많아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노점상에서 호떡을 팔아 종잣돈이 되어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고 한다.

6월의 새벽은 다른 새벽보다 더 서두르지 않게 일찍 찾아온다. 그래서일까 고요한 새벽바람이 좋다. 감나무 가지에 푸른 꽃송이처럼 매달린 아기감과 참새의 울음으로 새벽을 알린다. 그러니 새벽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다. 조석으로 기온 차가 심한 철이기도 하다. 날씨의 반복은 대략 아침은 18°~20° 한낮은 28°~34° 이상 뜨겁게 달궈진다.

힘들게 불어대는 바람 앞에서 이제는 애쓰지 않는다. 호떡을 파는 일은 쉽지 않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반죽부터 숙성까지 그리고 호떡을 만드는 일까지 어디 한 가지 쉬운 건 없다. 아직도 호떡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향을 그리는 향토 음식이다. 호떡 같은 누나는 생계를 꾸리고 동생들을 거두느라 희생했다.

뜨거운 여름 아래 펼쳐진 하얀 천막과 천막 사이 펄럭이는 바람이 부드럽다. 내 살갗처럼 부드럽다. 기적처럼 나는 몸을 일으킨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하루는 점점 딱딱해졌다. 낡은 신발장에서 흰 고무신을 꺼내 신고 시장에 갔다. 저녁이 되면 하루가 빛이 난다. 호떡 같은 하루는 가난한 세상을 이겨나간다.



호떡



호떡같이 생긴 누나가

호떡 같은 호떡을 판다.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올려놓으면 짜그르르 소리를 낸다.

누름 판으로 한 번 누르고 또 한 번

뒤집어 누르면 까르르 소리를 낸다.



찰진 반죽을 적당히 떼어 둥글게

펼쳐보지만 들쑥날쑥한 누나 얼굴 같다.



반죽 속에 적당하게 설탕을 넣었지만

뒤집을 때마다 흘러나와

몇 번이고 치덕치덕 꼬집어 틈을 메운다.



크기도 다르고 못생겼지만 귀엽기만 하다.

호떡같이 잘 익어가는 하루다.



시 「호떡」 전문



살며, 살아내며 계속되는 일에 녹록하지 않지만, 한 알의 밀알을 심기로 한다.

고난은 지나가게 되어있다. 시간은 지나간다. 기쁨도 잠시뿐이다. 모두가 내가 하기 달려있다는 것쯤은 안다. 내일의 소리를 들으며, 내 몸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호떡은 지금도 생계에 보탬이 되고 한몫하고 있다. 그러니 즐겁게 살아간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성경의 말씀에 비유하자면 호떡은 생명의 빵이요. 몸이었다.

어떤 미친 사랑이 가슴에 남아있다. 신은 인간에게 위대한 사랑을 주었다. 누나의 매력적인 하루는 신비롭다. 누나의 밤에는 빛나는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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