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디지털 기기의 생활화입니다. 혹자는 코로나19(COVID-19)가 미래를 당겨왔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 수업이 진행될 때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가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재정의 뒷받침과 의사결정 책임자들의 결정 신속한 사회 시스템, 아이들의 교육을 최우선시하는 국민 정서 등의 긍정적 복합 요인의 결과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교사로 있습니다. 15년간 대학에서 강의도 겸하고 있습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느낀 변화 가운데 최근의 학생들의 모습에서 낯섦과 걱정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많은 논란은 뒤로하고 오늘 교육 현장의 수업 장면을 바라봅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중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로 대다수의 필기를 하고 있습니다.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시대가 변했구나'라는 생각과`이게 공부가 될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smart'하게 쓰면 다행이지만 주된 용도는 SNS에 올릴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보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노리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웹툰, 먹방'등을 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전공 서적 및 노트를 수업 시간에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노트북이라도 있었지만 현재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만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전공 서적은 필요한 부분 사진으로 찍거나 스캔해서 파일로 넣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요.
처음에는 요즘 학생들이 `smart 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한 학생에게 “수업을 어떻게 듣고 있나요?”라고 묻자 “앱으로 녹음해서 듣고, 녹음된 음성은 글로 자동 변환이 돼요.”라며 `어머! 그것도 모르나 봐?'라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하. 역시 그랬군요. 물론 알고 있었지요”라고 눙쳤어야 하지만 속으로는 `이게 뭐지?'하는 복잡한 생각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수업 풍경 속 `교과서, 노트, 삼색 볼펜, 형광펜, 붙임쪽지' 등의 향수에 젖어 `그때가 좋았지'하는 식의 감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닙니다. 칠판에 판서를 해도 스마트 기기로 사진을 찍어(자동으로 글자를 인식해 옮겨 준답니다.) 공부하는 `smart' 한 요즘 세대의 학생들에게 `듣고, 읽고, 보고, 쓰고, 묻고'의 공부 방법의 기회를 앗아간 `코로나19'를 원망할 뿐입니다.
최근 디지털 교과서의 보급으로 교육 현장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육용 기기로써보다는 핸드폰의 큰 버전이라 여겨지는 스마트 기기는 학생들의 SNS 용으로 주되게 사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가 `일반화'된 세대에게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저출산 시대에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60년대의 구호를 외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개인인 저로서는 아쉽게도 아직 미래를 살아가지 못하는 선생님이라 자조할 뿐입니다. 전기와 인터넷이 없으면 스마트 기기는 그저 무쓸모의 대명사로만 기능할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smart 해졌나?', `다들 머릿속에 중요한 것들은 기억하고 있는 거지?', `가족들 전화번호 정도는 외우고 있는 거 맞지?' 물어보지 못할 질문만 머릿속에 오늘도 담고 교실로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