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움직임 - 개소
쉴 틈 없는 움직임 - 개소
  • 안승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본부장
  • 승인 2024.08.06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의 문앞에서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본부장 

약속한 여는 날이다. 보름 남짓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잡아 놓은 날이 되었다. 날 잡고 움직여서 그런지 그간 왜 이리 아픈 날이 많았던지, 자다 배를 움켜쥐고 통증에 허리가 더 움츠려지던 날, 잇몸이 아파 제대로 잠을 못 잔 날이 다반사. 병원 갈 시간 없으니, 진통제로 참아가며 이를 악물었다.

재단 20여년의 역사에서 쌓아 올린 성과와 이미지를 한꺼번에 실추시킬 수 있다는, 최악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픈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 손을 내미는 대신, 그간 쌓아온 이미지에 생채기가 날 수 있음에 걱정과 지속되는 질타가 쏟아졌다. 가슴은 과녁이 되고 날아오는 화살은 어느 것 하나 비켜나가질 않았다. 엑스텐이다.

예정된 일정에 맞춰 개소는 하되 언론 공개는 미루기로 했다. 건물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 설치를 서둘렀다. 장비 테스트도 마치고 언제든 장비를 쓸 수 있는 상태로 최종 마무리 하였다. 공간마다 여러 대의 장비를 두고,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장비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은 애교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같은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지는 장비는 탁구공이다. 세상에 이리 무거운 탁구공이 있을까 싶다. 환경연출도 완료. 입주한 작가의 작품은 가장 어둡고 침침한 공간에 놓였다. 하지만 자연공간의 컨셉에 일정한 형식 없이 놓이면서 공간의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너무나 애매하고 쓸모없는 버려질 것 같은 공간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으로 채워졌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물건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있어야 할 것 같은 하나가 된 것이 되었다. 간판은 내후성 강판의 하나인 코르텐강판으로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또 다른 하나의 경험을 작품으로 다져가는 완결을 추구하는 작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색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외부의 다양한 요소에 반응하며 높은 의지의 내구력이 있는 작가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개소식에 맞춰 가장 많은 고민은 개소식 퍼포먼스였다. 많은 손님이 함께 참여할 수 있고, 기억에 남았으면 했다. 그리고 축하와 번창의 염원이 깊게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주실로 북어를 묶어 걸어두는, 사무실을 개소할 때, 개업 할 때, 자동차를 구매해서도 무사고와 복을 기원하는 풍습을 떠 올렸다. 30여 명이 참석하는 퍼포먼스이기에 실제 북어를 걸어둘 수 없으니, 북어를 만들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잘라 만들었다. 묶는 실도 건물 재생의 연장선에서 버려지는 옷으로 만들기로 했다. 쫓기는 시간에 결국 두꺼운 실을 쓰긴 했지만, 여러 날 옷을 자르고, 당기고 말아, 꼬아가며 실을 만들었다. 북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영험한 동물, 나쁜 기운은 막아주고 부를 불러들인다니, 옛 유흥가를 문화의 거리로 변화시키는데 이보다 안성맞춤인 동물이 있을까?

많은 손님이 찾았다. 반전된 공간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이 공간이 이리 변할 수 있을까? 놀라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소 준비를 하는 상황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기간은 짧았고, 여러 뭉텅이가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며 천을 짜는 일정은 너무나 고된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대응하며, 꼬여만 가는 상황에서 초연하게 일을 쳐 나가는 데 한계가 많았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다.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잇몸은 내려앉고 염증이 심해 드러난 치아 아래로는 레진으로, 거듭되는 신경치료가 개소 이후 얻은 훈장이다. 개소 이후 여전히 병원으로 출퇴근이다. 아직도 자다가 복통으로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다.

잠 못 드는 밤, 창문 밖 감나무 윗부분의 반쪽이 걸려있다. 한낮 숨이 멎을 열기를 식혀야 할 이유에서였던가?

천둥번개가 함께 내리붓는 폭우, 얼마간 멈췄다. 감나무 잎의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잎 사이로 물방울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