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참 어렵다
말, 참 어렵다
  • 배경은 독서강사
  • 승인 2024.07.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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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독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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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이 탓을 해볼까요? 가끔 생각지도 않은 말을 뱉어낼 때가 있어요. 생각은 안 그런데 말이죠. 혹은 그동안 머릿속에 언제든지 꺼내서 말로 하던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때가 가장 답답하고 절망스럽죠. 특히 사람이름은 자기 전에야 생각이 나더군요.

하긴 덥잖아요, 요즘처럼 기록적이 폭염에 에어컨 없는 곳엔 발도 들이지 않으려 해서 동선도 보폭도 좁아지는 기분이에요.

뜨거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위험한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찻집에서 추울 지경으로 에어컨을 틀어서 냉방병에 걸리고 말았는데 `냉방병'이 생각나지 않아 딸에게 그냥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대충 얼버무렸답니다.

어떤 계기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행동은 조금 느려졌지만 `신중해지고 성의 있어지는 거야'라고 자기 암시 속에 마음의 올 잡아당기며 살고 있지요.

그래서 말에 더 신중해지고 있는데 아는 어휘도 잊어버리고 있으니 묵언수행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특별히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에 예민해져 있다 보니 말하기 전에 이 말이 맞는지 생각하는 동안에 지인들은 다른 화제로 옮기곤 해서 이젠 여럿이 나누는 대화엔 더 이상 순발력 있게 말하기는 어렵더군요.

뒤늦게 알았는데 얼마 전 70대 남성이 자신의 일본도로 주차시비가 있었던 50대 남성의 손목을 잘라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기사를 보곤 한동안 멍 했었어요. 피의자는 과거 언론에 `노인 검객' `태권도 할아버지'로 알려지기도 한 사람이더군요.

그들 사이엔 도대체 어떤 말들이 난무했던 걸까요. 이른 더위 탓으로 돌리기엔 매우 잔인하죠. 특히 피의자는 계획적인 살해였음이 밝혀져 더욱 충격이었지요.

뱉으면 허공에 흩어지는 말들이 쌓여 살인에 까지 이르게 된 그들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피의자는 무시하는 말을 들어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지요.

어른답게 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평온한 상황일 때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잘하죠. 문제는 안 좋은 상황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잖아요. 어떻게 보면 말은 무기에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니까요.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을 일상에서도 경험하고 있잖아요. `말은 뱉으면 소인이요, 다듬으면 시인'이라는 다른 이의 말이 생각납니다. 위의 사건을 확장해보자면 일본도로 상대의 손목을 잘라내기까지 많은 생각과 말이 있었을 테고 타인의 말도 섞였을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그런 포악한 상황에 손목을 잘라내도록 만든, 곁에 같이 동조하고 부추긴 타인의 말들도 피의자만큼 고약하다고 생각해요.

한사람의 말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보태는 말은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만약 내가 저 두 사람의 지인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말했을까요. 또 선생님은 독이 오른 저들에게 뭐라고 조언하시겠어요.

요즘 새롭게 마음먹고 말에 신중해지자는 제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단어를 가끔 잊어버리는 갱년기가 즐겁게도 다가옵니다. 말수가 적다는 것은 생각이 좀 깊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어요.

날도 덥고 몸은 쳐지는 장마철에 어울리는 말에 대한 책을 더 읽어 보려 구요.

나의 이런 공부는 언젠가 나쁜 상황이 되면 빛이 발하게 될 거라는 야무진 희망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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