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새벽과 맞닿은 깊은 밤, 밤은 길고 잊지 못할 만두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의 잊지 못하는 만두는 울 외할머니의 손맛 담긴 이북 만두이다. 어린 시절 외가에 맡겨져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던 나. 할머니는 첫 손녀딸 입에 뭐든 넣어주고 싶어, 이것저것 만들어 주셨었다. 엄마 품 고픈 아가를 위해 늘 할머니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단연코 이북식 만두였다. 만두 크기가 주먹만 했던 그 만두, 엄청난 속 재료에 놀랄 만두였는데, 또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들어진 만두들에 놀란 만두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리 어마하게 만드신 만두들을 이웃들과 나눠 드셨다는 거다. 그 많던 싱아가 아니라 그 많던 만두들, 할머니 만두들은 도깨비방망이 번쩍하듯 다 사라진다. 골목길에 같이 사는 이웃들과 함께 만두를 나눠 드셨던 할머니, 그 피는 엄마에게, 또 나에게도 흐르고 흘렀나 보다. 그리하여 나의 잊지 못할 만두 1위는 할머니의 이북식 만두이다.
그렇다면 잊지 못할 만두 2위는? 교육지원청 파견교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지역 연계사업을 담당하다 보니 늦게까지 회의를 개최하는 일도 잦았다. 그날 역시 저녁 회의가 잡혀 있어 분주히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챙길 여유도 없어 건너뛰기로 하고 바쁘게 위 아래층을 오갔다. 그런데 같이 일하시는 장학사들이 중식을 배달시켜 드시는가 보다 했는데~~상차림 되는 테이블 한가운데 골드 빛 자태를 뽐내는 군만두님이 계시지 않는가? 헉, 내 사랑 군만두가 아닌가? 식사를 시작한 장학사들께 그 바쁜 틈을 뚫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군만두를 정말 좋아한다고 연신 말을 한 거 같다.(아마 맘 편히 못 드셨을 듯~~) 바빠서 만두 한 개 얻어먹었을까? 그래도 성에 차진 않지만 협의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밤 10시가 다 되었을 쯤 회의실을 정리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발견했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아무도 없는 사무실 한편을 자리한 군만두를~ 옆구리 찔러 얻어먹는 듯한데도, 나는 연신 미소 지으며 반듯하게 앉아 군만두를 다 먹어 버렸다.
어찌 되었든 군만두를 양보한 분들의 마음이 참 좋았다. 한밤 사무실 한편에 앉아 오물오물 군만두 먹고 있는 나도 참 웃겼다. 다 웃기고 좋고 재밌고 맛나고, 그랬던 그때 그 시절을 그리 만났기에 나는 그 군만두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군만두 그거 하나 얻어먹고 좋아라, 신나라 했던 그때 그분들과 다시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누군가 커피는 대화라고 했다. 나도 말하겠다. 만두는 응원이다. 맞다. 내게 만두는 응원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여삐 봐주셨던 어린 손녀를 위한, 같은 골목길에 오손도손 살던 이웃을 위한, 바쁜 일상에서도 함께 일하며 믿고 끌어주는 응원 도구이리라.
`스승의 날엔 만두가 최고이죠~' 라는 귀여운 쪽지와 함께 사무실 내 책상 위에 만두를 두고 간 같은 학년 동료가 내게 주고 간 응원 도구는 진심 어린 응원의 만두였다. 제일 좋아한다는 만두로 응답하기 위해 시간 내 유명하다는 만두집을 다녀왔을 그녀에게서 나는 진한 마음의 응원을 받은 셈이다. 세상 살아가며, 내가 속한 곳에서 만나는 운명의 사람들과 서로를 응원하며 산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가족이든, 동료이든, 친구이든, 이웃이든 오늘 누구든 응원하고 싶다면, 응원 도구를 찾아보시라. 나는 내일도 누군가와 함께할 반할 만두를 찾으러 길을 나설 거다. `당신, 오늘 나랑 만두 하러 같이 갑시다. 내가 다 찾아놨다니깐~ 반할 만두^^' 나는 또 신이 나겠지. 당신과 나를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