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4.07.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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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우리나라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해당하는 미국의 공공 정원은 600개가 넘는다. 공공 정원은 식물의 연구, 보존 및 전문가 훈련 외에도 대중 교육과 즐거움을 목적으로 식물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일반 시민에게 공개돼 누구나 찾아가 즐길 수 있다. 미국의 공공 정원에는 앞서 말한 수목원, 식물원, 동물원, 온실, 테마파크, 역사적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포함된다.

이번 필라델피아와 뉴욕 정원 여행은 북미 대륙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식물원인 바트람 정원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정원들을 방문할 기회가 되었다. 정원이라고 하면 나무, 화단에 심긴 초화, 온실 등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국립세종수목원 박원순 선생님의 책에는 공공 정원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했는데 그 구분이 이렇다.

첫 번째는 연중 화려한 꽃들을 볼 수 있는 전시 정원(display gard en)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정원 롱우드 가든, 재미와 해학, 정원사들이 손수 만든 아름다운 정원 기물을 감상할 수 있는 챈트클리어, 주상절리 절벽을 강 건너에서 볼 수 있는 웨이브 힐 등이 정원을 공개하는 기간 내내 아름다운 꽃을 저마다 독특한 형태의 배치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연 속 치유 정원(he aling garden)으로 숲과 작은 개울, 연못 둘레를 산책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마운트 쿠바, 아름다운 건물과 조각이 숲과 조화를 이룬 윈터터 등 정원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주는 정원이 여기 속한다. 물론 마운트 쿠바는 북미 자생식물의 보고로 다양한 야생초화가 너른 숲에서 자라고 있다.

세 번째는 수집 정원(collection garden)이다. 여행 첫날 들렀던 모리스 수목원에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큰 계수나무가 수집돼 자라고 있었고 레바논 시다 역시 희고 푸른 빛을 거대하게 드리우며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세계 여러 곳에서 수집한 고사리들은 오래된 작은 온실 가득 우아하게 자라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가 그대로 수목원인 스콧 수목원에는 목련 콜렉션이 가득했는데 우리나라 천리포 수목원이 떠올랐다. 또한 뉴욕식물원, 브루클린 식물원 역시 대표적인 수집 정원이다.

네 번째는 역사 정원(history garden)으로 특정 역사적 시대나 문화를 반영한 정원으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정원 디자인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이번에 방문한 정원 중에서는 북미 최초의 식물원인 바트람 정원이 대표적이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하나인 클로이스터스도 수도원 정원을 재현한 것으로 역사 정원에 속한다.

여름 방학을 맞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여러 정원을 둘러보는 코스로 필라델피아에서 8개, 뉴욕에서 10개의 정원을 보는 일은 그야말로 숨이 받쳤다.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정원을 섭씨 35도를 육박하는 날씨 속에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마음은 초록으로 가득해 싱그럽기만 했다. 땀을 식히던 시원한 숲 바람, 이끼와 낙엽이 비에 젖어 나는 흙냄새, 향긋한 태산목 꽃,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라스들의 향연 등 정원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여행 중 일행이었던 한 분은 클로이스터를 방문하기 직전 한 책의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공유해주었다.`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그 책에는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을 잘 묘사했다. 클로이스터스로 가는 숲길 계단을 숨이 가쁘게 오르면서 그 장면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선형 계단을 오른 후 만난 수도원의 회랑 가운데는 건물에 둘러싸인 작은 마당이 햇볕을 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작은 분수대를 중심으로 꽃들이 가득한 곳 `여기가 뉴욕이라는 게 믿어져?'라는 책 속의 대화가 내 입에서도 저절로 터져 나왔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는 저자의 말은 어렵지 않게 나의 고백이 되어 다가왔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 새 학기에 나는 대학의 정원 속에 숨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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