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우리들의 블루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4.06.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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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트럭 만물상으로 변신한 배우 이병헌.
트럭 만물상으로 변신한 배우 이병헌. tvN 드라마'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캡쳐.

 

2022년 6월에 20부작 드라마 최종회를 남겨두고는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모두 아홉 개의 감상 꼭지였다.

1. 드라마 제목이 `우리들의 블루스'다. `남들의 블루스'가 아니다.

2. 블루스(Blues)는 1890년대 미국 흑인들의 무반주 노래로 시작되었고, 사랑의 슬픔과 배신과 절망과 유머를 다루었다고 한다.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이하 `우블')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을 담은 드라마”라고 소개되었다. 서로 파토스(pathos)의 맥락이 닿는다.

3. 첩의 아들로 자란 트럭 만물상, 우울증을 앓는 이혼녀, 첫사랑을 잃고 악착같이 돈에 매달려 사는 생선가게 사장, 아들을 둘이나 잃은 상군 해녀 과부, 철부지 사랑에 빠진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만 바라보고 사는 홀아비들, 다운증후군 언니를 돌보는 포차 사장 등 `우블'의 등장 인물들마다 상처가 짙다.

4. 내가 더욱 감동했던 대목은 해묵은 감정을 떨쳐내지 못한 채 앙숙으로 지내던 정인권(박지환 분)과 방호식(최영준 분)이 세차게 내리치는 빗속에서 마음이 뜨거워져 화해의 길로 들어섰던 장면과 이영옥(한지민 분)이 다운증후군 언니 이영희(정은혜 분)의 다정하고 살가운 그림들을 보다가 내내 쌓아두었던 속울음을 마치 폭죽처럼 터뜨리는 시간이었다.

5. 드라마의 배경인 `푸릉마을'에서 `푸릉'이란 말은 `푸르다'의 제주어로서 푸르고 청량하고 환한 느낌으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6. 드라마의 또 다른 배경이 됐던 노래 `Quando Quando Quando'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tell me quando quando quando(언제 언제 언제인지 말해줘요)”라는 가사는 더 늦기 전에 사랑과 행복에 대해 말하자는 간곡한 바람의 강조법이었다.

7. `우블'을 보면서 나짐 히크메트의 `산다는 것에 대해'라는 시를 다시 곱씹는다.

“산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진심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 된다./예를 들어, 한 마리 다람쥐처럼/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을 만큼/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만큼....”

8. `우블'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들 모두가 행복하길!”이라고 생각한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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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들 동석이에게 단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강옥동(김혜자 분)은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오늘 어떻게 동석이를 대할까? 잘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이 놓인다.

가슴 저린 현실을 녹여낸 드라마에 빠져 등장인물과 함께 웃고 우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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