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시작이 반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6.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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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감나무에 붉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어도, 감나무 밑에 가만히 누워서 감이 입안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면, 성공적이며 행복한 삶은 요원하다. 큰 용기를 내서 자신이 원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오지 않은 미래의 진행 상황들을 모두 알고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 일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을 시작하기 전,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함도 필요하지만,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실기(失期)하기보다는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과감하게 돌파하고 해결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로또 1등 당첨도, 로또를 구매하는 시작이 반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이다. 

공자님께서도 시작의 중요성 및 초지일관하는 불굴의 의지와 함께 일을 매듭짓는 끝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씀하신 바 있다. ‘譬如爲山(비여위산) 未成一簣(미성일궤) 止(지) 吾止也(오지야)’ 즉, 산을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한 채 멈췄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멈춤으로써, 성공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일의 끝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셨다. 이어 ‘譬如平地(비여평지) 雖覆一簣(수복일궤) 進(진) 吾往也(오왕야)’ 즉, 땅을 평지로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의 흙을 보탰어도, 내가 성공을 향해 한발 나아간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시작의 중요성 및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진취적 삶의 아름다움을 역설하신 바 있다.  

널리 알려진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 속에는 어떤 의미가 내재해 있을까? 누구도 일을 진행하면서 생겨날 변수나 발생하게 될 돌발 상황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기 전, 큰 틀에서 일의 타당성 및 성공 여부들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전체 과정의 절반을 마쳤다는 맥락에서 ‘시작이 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와 열정 이전에, 마음의 0점 조정이 온전하게 이뤄진 가운데, 그 일의 타당성 및 성공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했는가 하는 점이다. 0점 조정이 되지 않은 들뜨고 흐트러지고 성급한 마음으로, 자신의 욕심 욕망에 초점을 맞춘 채, 일을 시작하면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까닭에 중용(中庸)은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희로애락지미발위지중) 發而皆中節謂之和(발이개중절위지화)’란 구절을 통해 희로애락 등의 감정으로 마음이 흔들리기 이전의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중(中)의 마음을 강조한 뒤, 중(中)의 마음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지만 성공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맹자님도 중용의 가르침과 동일한 맥락에서 지혜롭고 성공적인 삶을 담보해 줄 수행의 첫 단추란 다름 아닌,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등으로 날뛰는 마음을 붙잡아 안정시키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을 강조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人有不爲也而後(인유불위야이후) 可以有爲(가이유위)’ 즉, 사람은 하지 않음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할 만한 것이 있다는 가르침을 통해,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0점 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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