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나무에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5.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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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원숭이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잡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나무를 타는 일은, 물고기가 물에서 수영하는 것만큼이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면, 마음을 조급하게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습관적으로 나뭇가지를 잡기 위해 손을 내 뻗으면서, 한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하느라 나뭇가지를 놓친 것이 틀림없다. 그도 아니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인해 온몸이 경직된 채,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이유 중, 돌발 상황에 따른 두려움으로 온몸이 경직된 경우에 대해선 생략한다.

다만 어떻게 나무를 탈까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무를 타는 일에 최적화된 원숭이가 무엇엔가 쫓기듯 조급함으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욕심으로 인해 호흡과 기(氣)가 들뜨고 날뜀에 따라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행동하면서 한눈을 팔거나 딴생각을 했다는 것 또한 익숙함에 주저앉아 자만에 빠진 채 방심함으로써 집중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결국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의 경우가 지엽적인 원인에 있어선 차이를 보이지만, 집중이 흐트러짐에 따라 나무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를 겪게 됐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과욕에 의한 조급함 및 무사 안일에 젖은 방일함으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깨졌다는 것은 곧 마음의 0점 조정이 어긋났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자신의 실력이 아무리 차고 넘쳐도 마음의 0점 조정이 어긋나면, 결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언제, 어느 곳에서나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호흡과 기(氣)를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힘으로써 마음을 0점 조정해야 한다.

마음의 0점 조정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겸허한 마음이 유지된다. 초심의 겸허함이 유지되면, 과욕에 따른 조급함에 휘감기거나 익숙함에 따른 자만심에 젖는 일 없이 오롯하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됨은 당연하다. 이것이 바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이 전하는 내밀한 속뜻이다.

이 속담과 그 본질에 있어서 전혀 다를 것 없는 삶의 지혜를 설파하고 있는 대혜 선사의 가르침이 있다. 대혜 선사는 자신의 편지글을 모아 놓은 `서장'이라는 책에서 “익숙한 것은 서툴게 하라. 그리고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 수행이란 한마디로 이것”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했다.

`익숙한 것을 서툴게 하고, 서툰 것을 익숙하게 하라'는 것은 익숙한 것과 서툰 것이 각 각의 별개로 존재하는 가운데, 일부러 익숙한 것을 서툴게 한다거나, 서툰 것을 익숙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서툴다는 분별에 따른 두려움도 없고, 익숙하다는 분별에 따른 교만함도 없는 가운데, 태산과 같은 부동심 및 평정심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지혜로운 중도(中道) 및 중용(中庸)의 삶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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