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 국가유산 주목한다
비지정 국가유산 주목한다
  •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 승인 2024.05.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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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객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노 하나인 조각배를 물결에 맡기노니/ 차가운 맑은 강 세 섬을 가로질러 가누나.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이 단양 도담삼봉을 노래한 시의 한 구절이다.

도담삼봉은 지난해 말 충청북도가 발표한 도내 관광객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이어 단양 구담봉, 제천 만남의 광장,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제천 의림지 등 관광객 순위 1~5위 가운데 3곳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이다.

관광산업에서 문화재가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역사·문화유산을 그저 경제적 가치로만 접근해선 안 될 것이다.

문화재의 사전적 의미는 문화 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선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가리킨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에 따라 정의된 이 문화재 명칭이 62년 만에 바뀐다.

문화재란 용어는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하고, 자연물(명승 등)과 사람(무형문화재)을 문화재로 지칭한다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오는 17일부터는 물질 개념의 `문화재' 명칭을 역사와 정신까지 포함한 유산 개념의 `국가유산'으로 한다.

문화재보호법을 대체한 국가유산기본법이 이날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국가유산기본법에서 눈여겨볼 조항이 있다. 14조의 포괄적 보호체계 마련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지정유산 또는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등록하지 않았지만, 미래 잠재성이 있는 국가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국가와 시도 지정·등록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 등에 근거해 관리·보호됐다. 하지만 비지정문화재는 법적 근거가 없어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번 포괄적 보호체계 마련은 비지정 향토 유산의 보호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과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고 미래 세대에 계승할 유산을 관리하는 데 우선순위는 있을 수 있더라도 가치의 경중은 무의미하다.

기초지자체들은 법적 근거가 없지만, 비지정문화재 보호·관리를 위해 향토유적, 향토문화재, 향토문화유산 등의 이름으로 조례를 제정했다.

시·군·구가 지정한 이들 문화재 역시 전체 비지정문화재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에는 숱한 비지정 향토 유산이 있다. 이를 어떻게 보존·관리해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근현대 지역을 배경으로 한 `미래유산'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역사와 유산을 꼭 과거에서만 찾을 이유는 없다.

지역 주민의 정서와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조물이나 사건, 이야기(구술), 인물 등 유무형의 유산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청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정한 `청주 미래유산'이 좋은 예다. 문화제조창과 동부창고, 덕성이용원, 무심천 벚꽃길 등 시민들의 삶이 담긴 공간과 이야기는 미래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충북향토사연구회는 오는 10월 옥천에서 35회 충북향토사연구회 학술대회를 연다. 주제는 `지역 역사문화유산 현황과 보존 방안'이다. 비지정 향토 유산을 중심으로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또 국가유산기본법은 지자체가 지역의 국가유산 보존·관리와 활용을 위한 조직 또는 부서와 전담인력을 두도록 규정했다. 충북 일부 시군엔 여전히 국가유산을 전담하는 부서(팀)마저 없다. 국가유산 보존·관리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함이다. 전담인력 보강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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