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싸움의 기술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4.04.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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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2006년에 개봉한 백윤식 주연의 `싸움의 기술'은 싸움 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만난 어른과 고등학생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영화에서 나오는 명대사가 몇 개 떠오른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독자는 배우 백윤식의 모습이 눈에 선할 것이다.“너 나한테 한 번만 더 손대면 그땐 피똥 싼다?”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 거야.” “싸움에 반칙이 어딨어. 싸움엔 룰이 없는 거야.” “네 안에 가득 차 있는 거. 두려움. 맞아본 자의 두려움. 그걸 깨부숴야 돼.“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이야.”



# 인생은 싸움

이 세상에서 싸움은 불가피하다. 약자든 강자든 싸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싸우는가.

생존하기 위해 싸우고, 무료해서 싸우고, 남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 싸우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싸우고, 한 줌 존엄을 지키려고 싸우고, 남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싸우고, 빈틈없는 자기애가 충돌해서 싸운다. 어떨 때는 그냥 싸우고, 알 수 없이 싸우기도 하고, 정신 차려 보니 싸우고 있기도 하다. 싸울 이유와 계기는 널려 있다.

싸움의 목적은 이는 데 있다. 소위 싸움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싸움에서는 강한 자가 옳은 자를 이긴다고 한다. 흔한 예로, 현재 우리 상황에서 옳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정치인은 사사건건 반대하고 분노하는 공격적인 정치인을 이기기 어렵다.

부품 꿈을 안고 고향으로 귀촌한 지인은 사과 공판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이 확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갖가지 좋지 않은 소문에 매출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돈을 떼먹었다느니 과거가 의심된다느니 등 악성 유언비어가 돌았다. 소문의 진원지가 경쟁자인지 동업자였는지 동네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니 정신이 피폐해져 잠을 잘 수 없었고 사람들을 피하게 되어 우울증 처방까지 받았다. 그리고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고향에 갈 때마다 위로해 주고 지인을 힘들게 하는 무리를 욕하는 것 외에는 해줄 말이 없었다. 소설가 김미옥의 칼럼을 읽기 전까진.



# 이기는 싸움 기술

소설가 김미옥은 그의 중앙일보 칼럼에 이렇게 썼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은 동네 바보다. 뭔가를 의욕적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경쟁자가 적으로 나타나고 음해와 모략이 생겨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그리고 적은 상대방을 집중하지 못하게 혼란에 빠트려 정신을 먼저 무너트린다. 아프거나 지친 모습을 보이지 말라. 그럴수록 자신을 가꾸고 일상에 충실해야 한다. 당신의 공격은 누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판매에 매진하는 것이다. 상품 선전을 강화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라. 당신이 지치지 않으면 적이 지친다.'

내가 지치지 않으면 상대가 먼저 지친다. 적도 지친다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곳에 기운을 낭비하지 않고 단순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면 적도 지친다는 것이다.

영화 `싸움의 기술'의 명대사, `맞아본 자의 두려움, 그것을 깨부셔야 해'처럼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나에게 불리한 이슈라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차분히 분석하고 한 단계 한 단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이기는 싸움의 기술이다.

나와 싸우고 있는 상대에게 분노하고 경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하되 경멸하거나 미워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므로 인해 나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최고의 싸움기술은 흔들리지 않으며 나답게 오랫동안 싸우는 것이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혹은 뭔가 옳은 일을 열심히 하다가 예상치 못한 이상한 상대를 만나 심신이 지쳐가는 분들에게 지치지 말자고 토닥여 주고 싶다. 그리고 영화 `싸움의 기술'을 다시 보며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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