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울창한 숲이 살랑인다. 봄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청각을 즐겁게 한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대머리공원 언덕, 무농정(務農亭)에 올랐다. 1990년 12월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정자다.
오랜 세월이 흘러 터만 남아 있던 것을 1949년 후손들이 중건했다.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된 것을 1988년 복원했다.
무농정은 청주 한씨 시조 한란이 농사를 권장하고자 지었다.
아울러 충북에서 농경과 관련해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으로 제천 의림지(명승)가 있다. 의림지는 현존하는 삼한시대 수리시설이다. 지금도 농업생산기반시설로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오는 19일은 24절기 중 여섯 번째인 곡우(穀雨)다.
비가 자주 내리고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 본격적인 농경을 시작하는 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란 뜻이다.
국가나 기업의 농산물 신품종 종자 개발·공급 문제, 식량 안보와 관련해선 종자전쟁이란 말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종자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세계 종자 시장의 1.4%에 불과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 대부분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다. 일부 종자 값은 금값을 넘어섰다.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다.
최근엔 충북도와 시군들이 스마트팜 온실 신개축 사업을 추진한다.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품질이 높은 농산물을 선호하면서 자동·원격 환경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하고 있다.
경지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 증평군은 지난해부터 벨기에 겐트대학교와 스마트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세계 수준의 생명공학과 농업 관련 기술을 보유한 겐트대는 증평지역 농업환경과 특색에 맞는 스마트팜 시설 계획과 작물 분석, 교육 프로그램 등을 수행한다.
괴산군은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업군을 선포했다.
2015년과 2022년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열어 미래 유망산업으로 유기농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얼마 전엔 친환경유기농업도시 부문 12년 연속, 고추 브랜드 부문 2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청주시는 2019년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유치를 계기로 2022년부터 도시농업 페스티벌을 자체로 열고 있다.
농촌에 국한했던 농업 영역을 확대해 제한된 공간의 도시에서도 소규모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베란다·옥상 등 자투리 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홈 가드닝, 홈 파밍 등이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공간 활용, 개인 식생활 건강, 도시의 생태계 순환구조 회복, 복합건물 입주자들의 공동체 형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익하다.
이 시대 농업은 6차 산업을 지향한다.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복합화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충북은 2015년 충북연구원에 충북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를 설립해 6차 산업 연구에 뛰어들었다.
농산물의 유무형 자원을 농부가 직접 가공해 제품으로 만든다.
이를 체험관광으로 연계해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6차 산업이 위기의 농업·농촌에 활로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