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우리말 단어 `꼰대(Kondae)'를 영국국영방송(BBC)은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 and you are always wrong):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 그리고 상대방은 언제나 틀렸다고 함'으로 묘사했다. 소위 꼰대라고 부르는 분들은 주로 어떠한 논리적인 이유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마치 그것이 전부이자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꼰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주로 나이가 든 중년, 혹은 그 이상의 나이 많은 분이다.
그런데 정말 나이가 젊으면 꼰대가 아니고 나이 들면 꼰대가 되는 것일까?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꼰대가 판을 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꼰대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은 무엇일까.
# 암기의 중요성
사람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맨땅에 헤딩하듯이 하지는 않는다. 대개 자기가 현재 알고 있는 것과 연관을 지어서 학습한다. 예를 들어 `얼룩말'에 대해 배울 때 기존에 알고 있었던 `말' 기반을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는 동물로 학습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상을 통해서 학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히 생소한 것을 배우는 일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은 무언가와 연관지어 하기 어렵다. 탑을 쌓을 때 모든 벽돌의 기준이 되는 첫 번째 벽돌은 임의로 위치를 지정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학습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을 주로 `암기'로 해결한다.
이 `암기'와 꼰대는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어린아이의 경우 새로운 정보를 연결할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이들은 향후 쌓을 지식의 기준이 될 새로운 정보들을 암기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정보를 까먹지 않는 한 그 정보는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지식으로 쌓이게 된다.
나이가 든 경우는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일정 수준 지식이 쌓이고 경험치가 쌓일수록 순수한 암기를 꺼리게 된다. 그리고 외부의 모든 새로운 정보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통해 변형되어 받아들여지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동화(同化, Assimilation)'와 `조절(調節, Accommodation)'을 거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기존 지식과 맞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조절'이 아닌 `거부'를 선택하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임에도 그 정보를 임의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사고방식으로 굳어질수록 `꼰대'가 되어간다.
# 나는 꼰대일까?
퇴직한 선배는 회식 때마다 건배사 대신 늘 시를 한 편 읊어주신다. 꽤 긴 문장인데도 외워서 읊어주신다. 연로하지만 일주일에 시 한 편 외우는 것이 자신의 공부라 하는 그분과의 대화는 늘 유쾌하며 편안하다. 새로운 것을 암기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것이고, 공부는 자기 사고의 틀을 넓히는 작업이다. 일주일에 시 한 편을 암기하는 그 선배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도 꼰대일 수 없는 이유이다.
총선의 계절, 지금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얼굴 붉히며 목청을 높이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떠들고 있다면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대화할 때 잘 살펴보라. 사용하는 언어 중에 `항상', `절대로', `결코' 등과 같은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분이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뭔가를 암기하려 하지 않으면 공부하기를 놓아버리면 꼰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나이 들어서도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 이유다.
혹 회식자리가 있다면 그 선배처럼 시 한 편 읊조릴 수 있게 짧은 시 한 편 암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