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산림공원에서 맨발걷기와 접지를 한지도 어언 6개월입니다.
무릎이 아파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걷는데 세월은 아랑곳 않고 토키 뛰듯 잽싸게 갑니다. 하지만 맨발걷기와 접지를 꾸준히 한 보람이 있기에 허송세월이라 아니하리다.
할수록 깊어지는 묘한 몸의 이끌림이 있어서 엄동설한과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예까지 왔습니다.
그랬습니다. 나뭇잎들이 낙엽 되어 바람에 흩날리던 지난해 10월 2일부터 김수녕양궁장 앞에 있는 용정산림공원 오솔길을 맨발로 걷고 황토가 좋은 곳에서 접지를 하기 시작했는데 가을 겨울이 가고 새봄을 맞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주로 햇빛이 좋은 오후 2시쯤 와서 입구에 양말과 신발을 벗어두고 효자 강훈봉이 만들어준 접지지팡이를 짚고 2시간 정도 걷고 1시간가량 접지를 하는데 발바닥에 닿는 지면의 촉감이 좋고, 안 하면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거르면 안 될 주요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무릎도 지팡이 없이 보행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고, 체중이 6kg이나 감량되는 호사와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등의 부수효과도 누리고 있어 고맙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용정산림공원처럼 맨발걷기와 접지에 안성맞춤인 좋은 공간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무시로 맨발걷기와 접지를 하는 이는 복인입니다.
아시다시피 맨발걷기란 양말과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걷는 행위이고, 접지는 문자 그대로 땅과 맨발(맨살)로 접촉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돈이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참 좋은 건강운동입니다.
`약을 써서 몸을 보호하는 약보(藥補) 보다 좋은 음식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걷는 행보(行補)가 낫다'는 동의보감의 가르침이 이를 웅변합니다.
부도체의 신발을 신고 사는 특히 땅과의 접지가 차단된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운동이 바로 맨발걷기와 접지입니다.
몸 안을 돌며 성한 세포를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각종 만성질병을 초래케 하는 활성산소 배출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암세포가 사라져 주치의도 놀라게 한 60대 후반의 폐암말기 환자인 닉네임 하하호호여사가 산 증인입니다. 신병치료를 위해 날마다 용정산림공원 오솔길을 서너 시간 뛰다시피 한 후과였습니다.
그를 응원한 맨발걷기동호인들이 박수치며 함께 기뻐했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듯 만물이 생장하는 대지와 땅은 믿고 사랑하는 이에게 치유의 선물을 듬뿍 안겨줍니다.
기도하듯 간절하게 맨발걷기와 접지를 하고 그런 공간을 허락한 조물주에게 감사하며 지속하면 질병과 허약을 극복하는 치유의 은사를 주고 건강한 삶을 영위케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병장수는 모든 사람의 로망입니다. 이에 부응하려고 의학과 제약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고 꿈의 100세 시대도 열었습니다.
하지만 중병 든 지구가 신열을 앓고 있고, 이를 치유해야 할 인류는 탐욕에 눈멀어 지구에 몹쓸 짓을 자행하니 오호통재입니다.
자연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존 버로스는 `길가의 환희'라는 글에서 `맨발은 나의 표상이며 모든 걷는 자들을 대변하는 표상이다. 밝은 기운들은 맨발로 걷는 자와 동행하며 이들을 돕는다'고 예찬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인 문학가 레슬리 스티븐도 `진정으로 걷기를 즐기는 사람은 그 자체가 즐거워 걷는다'다고 거들었습니다.
저도 여기에 벽돌 한 장 얹습니다. `맨발걷기와 접지는 자신을 위한 묵언기도이자 묵언수행이다'라고. 하여 묵언기도와 묵언수행 하듯 맨발걷기와 접지를 하는 이를 사랑합니다.
진실로 진정으로 독자제현께 권합니다. 밑져도 본전이니 한 번 해보시라고.
대지가 그대의 맨발을 반겨 맞으리니. 하기를 참 잘했다 할 것인즉.
/시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