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는 대담한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위기에는 대담한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 송인헌 괴산군수
  • 승인 2023.07.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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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인헌 괴산군수
송인헌 괴산군수

 

전 미국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안전과 관련해 “위기의 시기에는 가장 대담한 방법이 때로는 가장 안전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만큼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괴산군 관내 11개 읍·면도 최근 경험해 본적 없는 큰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군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관내에는 무려 441.5㎜의 물폭탄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졌다. 하늘이 뚫린 듯 장대비가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면서 불안감이 감돌았다.

특히 15일 새벽에는 200㎜가 넘는 이른바 극한 호우가 퍼부었고 결국 괴산댐이 월류하면서 하류 지역은 물바다로 변했고 재난으로 이어졌다. 한 지역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고뇌를 곱씹으며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군민의 생명만큼은 꼭 지켜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전 직원 비상근무체제를 지시하고 선제적인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변수였다. 모두 잠든 새벽 괴산댐으로 쏟아져 들어온 거대한 물줄기는 댐을 삼킬 듯이 요동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고 상황은 급변했다.

순간 주민들의 대피가 너무 급박했다. 고민하고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방송으로 위기상황을 알렸지만 잠들어 있던 주민들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 읍·면 공직자들은 침수를 목전에 둔 위기의 마을로 달려가 집집마다 돌며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둘러업거나 차에 태워 대피소로 안전하게 피신시켰고 43년 만에 괴산댐이 월류한 상황에서도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관계기관 간 연계와 공직자들의 대담한 살신성인 정신이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너무도 처참했다. 평생 생활의 터전이었던 집들이 물에 잠기고, 가사 도구들은 전부 쓰레기가 된 현장에서 망연자실하는 수재민들을 달래야 하는 가슴은 미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아파만 할 수는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피해 주민에게는 신속히 보상할 방안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다행히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구호 물품이 답지했다. 견디기 힘든 폭염과 비 오듯 흐르는 땀에도 자원봉사자들은 내 가족의 일처럼 복구에 최선을 다해줘 감사함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군을 찾은 중앙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도 재난지역 선포의 필요성에 공감해 지난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정됐고 신속한 피해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은 특별재난지역 선정에 따라 수재민에게는 지방세와 상수도 요금, 건강보험료 등 세제를 감면해 조금이나마 시름을 덜게 됐다.

정부 예산 투입에 앞서 군은 주택 침수 수재민과 수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7억5000만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세대와 점포당 300만원씩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침수된 가옥에는 보일러 119대(1억710만원 상당)도 긴급 지원해 하루빨리 군민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올해 같은 자연재해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래도 또 위기의 순간이 온다면 가장 대담한 방법만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수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괴산댐의 용도를 발전용이 아닌 다목적 댐으로 변경해 수위 조절에 긴밀하게 대처하도록 정부가 꼭 나서서 해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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