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자르기 심판 이번에는 없어야
꼬리자르기 심판 이번에는 없어야
  • 권혁두 국장
  • 승인 2023.07.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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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5개 단체가 엊그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장은 `중대시민재해'를 규정하고 있다.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경영책임자에는 행정기관장,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도 포함된다. 시민단체들은 이법을 들어 기관장 3명의 책임을 물었다.

행복청은 이번 참사의 1차적 원인인 미호천 제방 유실을 초래한 기관이다. 미호교 연장공사를 추진한 시행청으로서 시공업체가 작업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되쌓는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제방 훼손은 관리청인 금강유역환경청의 허가도 없이 강행됐다. 사고 당일 공사현장 호우경보를 통보받고도 흙으로 얼기설기 쌓은 제방 보완공사를 서둘지 않았다. 사전에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보완조치를 취했다면 제방유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충북도는 지방도에 위치한 오송 지하차도의 1차 관리기관이다. 하지만 도로통제 등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처하기는커녕 행복청이 사고 당일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 범람 위험을 3차례나 알렸음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청주시와 정보 공유를 하지못해 우왕좌왕 했고, 지사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 충북의 재난 대처 컨트롤 타워 역할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청주시는 청주 전역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최일선 기관이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가 사고발생 두시간 전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를 요청했지만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사고 30분전에도 소방당국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알렸으나 대처하지 못했다. 오송 지하차도가 이미 물에 잠겼는데도 다른 노선의 차량을 이곳으로 우회하라고 안내한 어처구니 없는 대목은 청주시의 부실대응을 총체적으로 대변한다.

경찰도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사고 직전 인근 도로공사 현장의 감리단장으로부터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긴박한 신고를 접수했지만 관할 파출소 직원들은 엉뚱한 지역으로 출동해 시간을 허비했다.

사고의 전개 과정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다르지 않다. 위험을 알리는 신고와 경고는 무시됐고, 보고와 협업체계는 붕괴됐고, 관련기관은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이다. 행복청은 “임시제방은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에 맞춰 견실하게 조성했다”며 “엄청난 폭우가 빚은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됐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역시 “제한된 인력으로 동시다발로 터지는 재난 현장을 완벽히 챙길수 없었다”며 불가항력을 내세운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가 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행안부장관의 발언과 비교됐다.

이제 남은 것은 사고의 실체와 책임을 규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책임을 아래로 돌리고 꼬리를 자르는 행태가 또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면책받는, 그래서 공직에 최소한의 경종도 울리지 못해 교훈조차 얻지못하는 사고로 종결돼서는 안된다. 이번에도 윗선은 빠지고 아랫자리에 총대를 지우는 비겁한 심판이 이뤄진다면 사고가 났다하면 인재로 판명되는 안전 후진국 오명을 벗기 어렵다.

관리 소홀로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뿐 아니라 지휘부의 책임도 엄히 묻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책임자 처벌에 추상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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