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 소재 충북리무진㈜ 2층 사무실에서 불이 났다. 이 회사 버스기사이자 노조원인 박모씨(69)가 사무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낸 것이다. 바로 직전 박 씨는 이 회사 노조위원장 민승화씨(74)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1년뒤인 지난 22일 오후 7시24분쯤,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한 음식점에서 이 회사 공동대표인 민경헌씨(68)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 가해자는 노조위원장 민씨였다. 민경헌씨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건우씨(51)의 아버지다. 피해자 민경헌씨와 가해자 민승화씨 부자는 성만 민씨로 같을뿐 친인척은 아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 23일 민씨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했다. `노조원의 사무실 방화사건', 아들이 대표인 회사의 노조위원장인 아버지가 회사 공동대표를 흉기로 찌른 `살인미수사건'.  

충북리무진내 황당한 사건을 놓고 지역사회의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지고 있다.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의 사건발생 원인의 단초를 찾기 위해서는 시계를 지난 2005년으로 되돌려야 한다.

당시 충북리무진은 계속된 경영악화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1~2개월씩 체납하고 있었다. 경영압박을 견디다 못한 당시 사주, 민경돈 대표(65)는 노동조합과 자구책 마련을 위한 빅딜(?)을 하게된다. 직원들의 급여를 일부 깎고 일년단위 계약 연봉제를 도입하는 대신 회사지분의 반을 노조에 무상 양도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렇게 합의한 노사는 그해 4월15일 주식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10만주(주당 5000원) 가운데 50%인 5만주를 `노조측'에 무상으로 양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당시 충북리무진의 노조 대표는 지금의 노조위원장 민승화씨였다.

이렇게 노조에 무상양도된 주식은 그러나 당시 노조지부장인 민승화씨의 부인인 박모씨에게 이전된다.

이와 관련 당시 회사대표 민경돈씨는 “당시 민승화 위원장이 주식을 노조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나눠주면 회사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어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에따라 부인앞으로 명의신탁하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경돈씨는 “주식을 노조측에 양도해준 이상 노조가 알아서 할일”이라며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렇게 절반씩 나뉘어진 회사 지분은 경영에 갈등을 초래하는 불씨를 잉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민경돈씨 대신 형 경헌씨가 공동대표가 된 이후인 지난 2019년 불거졌다. 회사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던 민승화씨가 아들인 건우씨(51)를 회사 직원으로 영입하면서다.

경돈씨는 “민승화 노조위원장이 사전 협의도 없이 아들을 회사 부장으로 채용했다”며 “이를 반대했지만 회사 운영이 노조위원장 맘대로 이뤄지다 보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승화씨의 아들인 건우씨(현 공동대표)는 다른 주장을 폈다.

“당시 일부 관리직원들의 현금, 유류비 횡령 비리가 드러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아버지(민승화)와 민경돈 대표가 협의해 (나를) 부른겁니다.”

민건우 대표는 이어 “실제 일부 직원들의 횡령사실이 확인돼 일부는 형사처벌도 받았다”며 “당시 민경돈 대표 형제들의 수십억 원 횡령혐의도 발견돼 현재 형사 고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충북리무진에 입사한 민건우씨는 임원을 거쳐 지난 2021년 6월 공동대표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본래 사주인 민경헌·경돈 형제와 민승화 노조위원장, 아들(민건우 대표)간 갈등이 또 분출됐다. 경돈씨는 민건우의 공동대표 취임도 노조위원장 일방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건우 대표의 말은 다르다. “당시 직원들의 횡령 비리와 관련해 민경돈 대표가 퇴직한 여직원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공동대표에 취임한 것입니다.”

그런데 민건우씨가 공동대표에 취임하기 직전 노조 측에 무상양도됐던 주식에 변동이 발생했다.

민승화 노조위원장 부인에게 명의신탁된 5만주의 주식중 4만주가 아들인 민건우 공동대표에게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사진 참조> 경돈씨는 “노조위원장 부인에게 명의신탁된 주식의 80%를 아들에게 넘기면서 사전에 협의도 노조원들의 동의절차도 없었다”며 “2005년 주식을 무상양도한 것은 노조위원장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라 노조원들에게 양도한 것인데 노조위원장이 개인 재산처럼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건우 대표의 주장은 또 다르다. “2005년 주식 무상양도 시 노조원들은 당시 회사가 갖고있는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부도시 연대책임의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 노조위원장인 아버지에게 주식을 몰아준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노조원들이 주권보다는 실리적 돈을 택한 것입니다.”

이어 민 대표는 “충북리무진 노조는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 상급단체 노조 회비도 노조위원장인 아버지만 내고 있고, 노조위원장 1인 노조다”라며 “엄마가 아들에게 주식을 양도한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당시 노조원이었던 한 퇴직자(운전기사)는 “최근 들어 노조위원장 부인에게 명의신탁된 주식 5만주중 4만 주가 아들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며 “노조위원장과 아들 대표가 맘대로 결정하다보니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고 설령 알았다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공동대표간 갈등이 더 첨예화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경돈씨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리무진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회사보유 시외버스 66대 가운데 38대를 중고차로 매각했다.

이중 14대 가량이 3~4년의 할부가 끝난 차령 4년 이내의 차량들이다. 여객 시외버스의 법정 사용연한(차령)은 9년이다. 6개월씩 4번 사용을 연기할 수 있어 실제 사용연한은 1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민건우 공동대표는 민경헌 공동대표와 협의도 없이 이들 버스를 매각했다. 그리고 다시 부족해진 버스를 할부를 통해 새 차로 구입하려 했다.

민건우 공동대표는 “코로나로 회사경영이 안돼 차입금을 들여와 운영하는 상황이었다”며 “회사 자금이 부족해 운행 없이 세워져 있는 차량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 사용연한이 임박한 차를 헐값에 파느니 중고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차량 3~4년된 차를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경헌 공동대표는 민건우대표의 새차 구입을 반대했다. 할부가 끝나 회사에 수입을 올려줄 수 있는 3~4년된 차를 매각하고 다시 할부 등 금융대출을 통해 새 차를 구입하는게 정상적인 경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경돈씨는 “차를 팔고 할부와 대출로 새 차를 구입하다보면 회사는 경영압박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며 “차량 3~4년의 중고차 값을 1억원으로만 잡아도 십수억의 매각대금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회계처리가 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건우 대표는 “회사경영이 어려워 아버지와 나는 개인 재산을 팔아 회사의 부족한 자금을 댔는데 민경헌·경돈씨는 말이 공동대표지 경영에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민경헌 대표는 법인인감까지 바꾼 채 (금융대출 건 등을 위한)대화 제의도 회피해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컸다는게 민건우 대표의 주장이다.

이렇게 올 초부터 심화된 갈등은 자금압박이 커지면서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2일 오후 저녁 무렵, 민승화 노조위원장이 민경헌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후 민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길을 가다가 연락이 되지 않던 민경헌씨가 버젓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지난 2005년 회사 자구책으로 노사가 절반씩 나누어 가진 주식양도양수가 18년 뒤 ‘경영진 칼부림’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오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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