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들의 행진으로 망가지는 나라
얼치기들의 행진으로 망가지는 나라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4.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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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인 신인(神人)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신도들에 대한 무차별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삼는 교주, 제도권 정당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라고 명령하는 목회자, 친일행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통치자들은 상식과 합리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 신인(神人)들의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얼치기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함께 벌이는 행진이다. 공부를 하다 길을 잘못 든 얼치기와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게 얼치기들의 행진이다.

얼치기는 어떻게 생겨날까?

정신을 집중하고 앉아 있다 보면 가끔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앉은 자세로 공중으로 살짝살짝 뜨기도 하고, 눈을 감고 있는데 환한 빛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각종 인물이나 신(神)들이 나타나 말을 걸기도 한다. 자신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을 관찰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이런 이적(異蹟) 현상들은 대체적으로는 정신집중이 덜 되었을 때 생긴다. 눈을 감는 건 눈과 시신경, 그에 해당하는 두뇌 작용을 완전히 그친다는 걸 의미한다. 눈을 감았는데 빛이 나타나는 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없는데 두뇌와 시신경이 밝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곧 작동하지 말아야 할 시신경이 자가발전을 하기 때문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거기에 홀려서는 안 되고 더욱 집중하여 그런 현상들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현상을 겪으면 너무 신기한 나머지 그에 빠져 들어가 자신을 특수한 인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퇴굴심(退屈心)이라고 한다. 이른바 심약(心弱)한 자들이 헛것을 실재적인 것으로 착각하여 곁가지로 빠져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게 되는 마음을 내게 된다. 암중모색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면 그에 홀려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나타나는데 이들을 얼치기라고 한다.

얼치기들의 길로는 절대 가면 안 되고 그런 얼치기들을 따라서도 안 된다. 예수는 광야에서의 고행 막바지에 사탄의 세 가지 유혹을 받는다. 두 번째 시험에서 사탄이 주문한다. “성전 위에서 뛰어내려봐라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천사가 너를 보호하여 다치지 않게 땅에 내려놓을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이 너를 신의 아들로 받들어 모실 것이다.” 이에 예수는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응대하고 뛰어내릴 것을 거절한다. 이적을 일으켜 사람들로 하여금 너를 따르게 하라고 하는 건 정확하게 자신에게 일어난 특이 현상을 사람들에게 떠벌려 너를 따르게 하라는 요구이다. 두 번째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면 얼치기가 되고 얼치기들이 나타나면 반드시 이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생긴다. 얼치기들의 행진은 비합리적이고 몰상식적이다. 교주에게 성폭력을 당해놓고도 딸을 넘보는 교주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어머니, 하느님과 맞먹는다고 주장하며 정치판에 뛰어들어 제도권 정당을 좌지우지하려는 목회자와 이를 따르는 신도, 하늘의 뜻을 전하는 스승과 이를 받들어 모시는 통치자들이 벌이는 일들은 몰상식하며 비합리적이다. 당연히 이를 해석할 수 있는 합리적 패러다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얼치기는 합리를 뛰어넘는 영역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추종자들은 합리와 상식의 거름망을 내팽개치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른다. 여기에서 몰상식은 비범(非凡)으로 비합리는 초(超)합리로 둔갑한다. 이런 비범하고 초합리적인 행각을 일삼는 신인(神人)들은 자신의 행태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말도 안 되는 죄를 저질러 놓고 그 길만이 옳은 길이라고 믿는 확신범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

가장 큰 죄를 짓고 있는 얼치기들과 추종자들이 벌이는 얼치기들의 행진이 계속되는 한 계속 시끄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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