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번째 신부인 최양업의 묘소가 있는 배론성지
우리나라 2번째 신부인 최양업의 묘소가 있는 배론성지
  • 김명철 제천교육장
  • 승인 2023.04.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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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제천교육장
김명철 제천교육장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에서 충주방면으로 2㎞를 가면 아담한 봉양역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원주방면 길로 조금만 더 가면 구학리 마을 회관이 있다. 회관 맞은편 쪽으로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면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644-1에 `배론성지'가 있다.

배론성지에는 우리나라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역사적 장소들이 많다. 황사영 백서사건의 중요한 유적인 토굴과 황사영 신부의 순교 현양탑,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가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유적지는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와 관련된 유적지다.

최양업 신부는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보다 4년 늦게 사제품을 받고 12년간 우리나라에서 사목 활동을 하였다. 선교 초기 너무 무리한 활동으로 피로와 과로로 인해 순교하여 이곳 배론의 신학당 뒷산에 묻혔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김대건 신부를 `피의 순교자'라 부르고 최양업 신부를 `땀의 순교자'라고 일컬을 만큼 최 신부의 업적에 대해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최양업 신부는 본명이 최정구이며 세례명이 토마스이다. 1821년 3월 10일 지금의 충남 청양군 화성면 능암리에서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와 어머니 이성례(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최 신부는 증조부인 최한일 때부터 천주교를 믿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15세 때(1836년)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모반 신부에 의해 김대건, 최방제와 함께 신학생에 선발됐다. 1년이 걸려 필리핀의 마카오에 도착, 신부 수업을 받던 중 1838년 11월에 최방제가 풍토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대건과 최양업은 힘들게 신학공부를 계속해 1844년 12월 중국의 소인가자 성당에서 최양업과 김대건은 부제서품을 받았다.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주와 요동, 외몽고 일대를 헤매면서 시도한 결과 1845년 1월에 김대건이 압록강을 건너 의주로 입국했다. 그러나 최양업신부는 1846년 1월에 두만강을 건너려다 중국의 경비병에게 체포돼 입국에 실패했다. 그해 12월 다시 조선으로 입국하기 위해 국경에 도착했으나 감시가 강화됐고 먼저 입국한 김대건 신부와 교우들이 순교당한 소식을 들었다. 상심한 최양업은 홍콩으로 돌아가 순교자 현석문의 순교일기인`기해일기'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는 끊임없이 입국을 시도했는데 1847년에 군산 인근 해변으로 1849년에는 백령도 등으로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최 신부가 28세 되던 1849년 4월 15일 상해의 교구장 마레스카 주교에 의해 정식으로 사제서품을 받고 12월에 압록강을 건너 7년 만에 입국하는데 성공했다. 입국에 성공한 최신부는 서울에서 하루만 휴식한 후 페레올 주교 등을 만나 본격적인 조선에서의 사목활동을 전개했다. 최신부는 입국 후 6개월 동안 살인적인 사목일정을 진행했다. 전라, 충청, 경상 등 5개도를 순방했는데, 무려 5천리를 순회했다. 그리고 1만2000명의 신자에게 성사를 주기 위해 매년 7천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127개 공소에서 사목활동을 11년 6개월 동안이나 지속했다.

1861년 6월 15일 영남지방에서 전교를 마치고 주교에게 사목활동 보고를 위해 상경하던 중 과로와 식중독으로 40세의 나이에 문경에서 병사했다. 최신부의 유해는 배론으로 옮겨졌으며 그해 11월 초에 이곳 배론성지 뒷산 언덕 위에 안장했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으로 비석은 세우지 못하고 1945년 9월 27일에 묘비를 세워 그를 기념하게 되었다.

제천의 배론성지는 단순히 천주교 성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민중들의 영혼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 바꾼 거룩한 사명자의 울림이 지금도 들려지는 거룩한 땅이다. 봄이 가기전에 최양업 신부님의 핏빛과도 같은 철쭉과 영산홍이 붉은 배론성지에 가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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