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선형 문제 등 탓 지하화 주민 요구 묵살
마을 간 형평성 문제도 … 외부의 힘(?) 의혹 제기
홍골마을 코앞 고층 아파트 건설에 황폐화 위기
주민 재산권 지키기 안간힘 … “개발사업 포함해야”
HDC현대산업개발·청주시 민간개발사업 탓 외면
청주 강내면 당곡리와 가경동 홍골마을 주민의 생존권 싸움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상이 국가와 민간기업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청주간 고속도로 3구간이 당곡리 마을을 관통한다. 마을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마을 관통 구간을 지하차도로 건설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선형 문제 등을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선형이 변경된 이유다. 당초 이 노선은 직선으로 계획됐다가 S자 형태로 변경추진되고 있다.
이에 선형 변경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노선에서 비껴간 마을과 개인 농장을 예로 들며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간 형평성도 문제를 키웠다. 당곡리와 함께 민원을 제기한 다른 2개 마을의 요구는 수용하면서 유독 당곡리의 요구는 전혀 반영이 안됐다. 역시 주민들의 불만만 커진 상태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마을이 쪼개지면 주민 동질감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하루 3만대 이상이 통행하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으로 나빠질 생활환경도 걱정이다. 자식들에게 이런 환경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편치 않다.
홍골마을도 개발 논리에 밀려 마을이 황폐화될 위기에 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홍골마을 앞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과 불과 10여m 도로를 사이에 둔 곳이다.
마을 앞에 2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마을에는 햇볕이 잘들지 않게 되고 집값까지 떨어져 재산권에도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주민들은 일조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마을 앞 방죽을 보존해 주거나 마을을 아예 개발사업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청주시와 업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청주시는 민간개발 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고 현대산업개발은 홍골방죽을 대체할 친수공원형 저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는 아파트 수익성을 위해서는 홍골방죽을 메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업체의 수익때문에 홍골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감당하라는 얘기다.
청주시는 도시개발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주민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골방죽 소유권은 시가 갖고 있다. 방죽 소유권을 적절히 활용하면 문제 해결에 접근 못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시가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당곡리 주민들은 지금도 “국가가 하는 사업에 반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순박한 당곡리 주민들이 정부 사업을 불신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주민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청주시도 개발논리에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홍골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다 세심한 행정을 기대해 본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043@cc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