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과정이다.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가? 긴장하기 때문에 생긴다. 긴장한다는 건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 몸과 마음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곧 신경 쓰이는 일이 안 생긴다. 코가 간질거리면 코에 먼지가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가 감지되어 신경이 쓰인다면 힘이 들어가 긴장하게 되며, 그러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긴장을 풀어야 하고 긴장을 풀려면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몸에서 힘을 빼는 건 몸을 없애는 일과 같다. 어딘가 몸이 불편하면 거기에 신경이 간다. 한참을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린다. 다리가 저리면 그게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다리 저림이 없어지면 거기에 신경이 가지 않는다. 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리지 않고 이럴 경우 다리에 전혀 신경이 가지 않는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술을 먹고 속이 쓰리면 거기에 신경이 가서 그걸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속이 쓰리다는 건 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밥 잘 먹고 소화가 잘 되고 있다면 몸에 아무런 증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장육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오장육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몸에 이상이 없으면 긴장이 되지 않고, 당연히 스트레스 안 받는다. 몸이 너무 편안해서 아무 일이 없으면 인간들은 일을 만든다. 심심하니까 담배를 피워 폐와 뇌에 연기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몸 전체가 난리가 난다. 골이 띵하고 목구멍이 싸해진다. 뭔가를 일어나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일부러 불러일으킨다. 사람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술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자극을 찾아다닌다. 사람들은 몸이 청정한 상태를 의외로 견디기 어려워한다. 심심함, 지루함을 못 참는 게 대표적인 현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생명 유지 작용을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자극을 받지 않고 몸이 깨끗해져서(淸淨) 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몸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이 가지 않는다. 몸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이 가지 않으면 힘들어갈 일이 없고 힘이 안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몸에서만 힘을 빼면 되는 걸까? 몸이 이완되면 머리가 난리를 친다. 곧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한다. 몸에 자극이 생기면 생각을 많이 안하지만 아무런 자극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갖 잡념이 떠올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생각이 떠올랐다는 건 머리에 자극이 생겼다는 말이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온 신경이 그리로 가는 것처럼 머릿속에 신경 쓸 생각이 생겼다는 건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몸과 마찬가지로 머리도 아무 일이 없으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이 떠올랐다는 건 마음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마음에 이상이 없으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하면 머리가 안 복잡하다. 곧 생각이 많지 않다.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소용돌이가 휘젓는 단계를 지나 고요해진다. 고요하다는 건 머리에 신경이 갈 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가 쉰다는 말이다.
여기까지 오면 몸과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러면 여기가 끝일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풀린 것일까? 아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곧 뭔가가 항상 일어나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몸은 소화도 하고 호흡도 하고 있다. 머릿속에서도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은 너무 미세해서 굵은 것만을 탐지하는 내 B급 안테나에 잡히지 않을 뿐이다.
생각은 있지만 그걸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태를 벗어나야 비로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풀리게 되며, 이게 스트레스 제로 상태이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