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권 논의의 한 축인 경찰의 속이 복잡하다.
경찰의 숙원 중 하나인 수사권 독립은 이뤄지겠지만,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구조 변화로 일선 경찰의 업무가 급증한 상황이라 더 큰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 밖에 안돼 안착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에 새로운 과제가 던져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법안은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중대범죄(경제·공직자·대형참사·부패·방위사업·선거) 수사권을 경찰에 모두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경찰이 모든 수사를 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가뜩이나 수사 인력 등이 부족해 `독이 든 성배'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도내 경찰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일선에서는 업무가 과중한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력 보충 등 없이 입법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민관기(54·경위·청주흥덕경찰서 강서지구대)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위원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 대한 인센티브 등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했다”라며 “일선 경찰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각종 사건처리가 늦어져 민원인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도내 경찰서의 사건처리 기간은 평균 60.9일에 이른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 41.8일보다 무려 절반에 가까운 19.1일이나 늘었다.
물론, 경찰들도 애로사항은 있다. 수사관이 사건을 충분히 연구할 시간이 제대로 보장됐는지 그 환경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정권 교체기에 맞춰 어수선하게 등장한 검찰개혁 논쟁. 그걸 지켜보는 불안한 경찰들. 이게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