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씨, 고향집 리모델링 도전기 책으로 내
“동네책방으로 운영 … 지역문화발전 밀알되길”
문화기획자 변광섭씨(사진)가 청주시 초정리에 있는 아버지의 옛집을 고쳐 지역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50여 년 된 옛집을 뜯어내고 고치고 단장한 8개월간의 과정을 그는 `아버지가 지은 집, 아들이 고쳐 쓰다'부제로 책도 발간했다.
허름한 옛집을 밀어내고 현대식 건축물로 짓는 일이 더 수월하지만, 20여 년 지역문화현장에서 일해온 그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가 손수 지으신 가족의 둥지를 낡고 쓸모를 다했다고 헐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새로 지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진다는 생각에 문화가 있는 집으로 고쳐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아버지의 땀과 어머니의 정성, 그리고 우리 가족의 기쁨과 상처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을 문화예술이 깃든 공간으로 가꾸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러나 헌 집을 고치는 것은 새집을 짓는 것보다 몇 배 고된 작업이었다. 지난 3월에 시작한 공사가 늦가을이 돼서야 문을 열게 됐다.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틀에 한 번씩 비가 오더라고요. 헌 집의 천장과 창고를 뜯으니 그 안에 구렁이 두 마리가 빈집을 지키고 있었고요. 가장 큰 문제는 천장이 심각하게 훼손돼 건축업자들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10년 이상의 한옥 목수 경력자의 도움으로 대들보와 기둥을 세웠는데 일은 더디고 힘들었죠. 공사비는 말할 것도 없고요.”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천장을 드러내고 서까래를 원형 그대로 살려 놓고 보니 옛 풍경 그대로 살아났다. 고된 시간도, 기쁨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겼다.
“집을 고칠 때부터 기록하고 아카이브화 하는데 힘썼어요. 어머니의 장독대와 절구통, 아버지의 지게와 대들보, 우리 가족의 빛바랜 사진 등을 버리지 않고, 낡은 집을 고치는 과정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록하고 정리했어요. 이런 과정을 책으로 엮은 것은 누군가가 고향집을 리모델링할 경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새롭게 탈바꿈한 아버지의 집은 옛 풍경에 새로운 디자인과 문화콘텐츠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문화가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고쳐 쓸 집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건축은 만든 이의 진한 땀방울 위에 쓰는 사람의 문화적인 삶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잖아요. 가족만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공간을 책과 예술이 있는 동네책방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요. 지역문화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과 작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소명을 다한다면 청주의 문화발전에 밀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지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