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조례 속 일본어 잔재
청주시 조례 속 일본어 잔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9.06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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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주현 취재팀(차장)
이주현 취재팀(차장)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청주시 조례를 읽다 지쳤다. `~에 관하여' 등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일본식 표현이 거슬려서다. 사소한(?) 걸로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글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이런 게 눈에 크게 들어온다.

자치법규를 관리하는 청주시 의회법무팀에 전화를 걸어 연유를 물었다. 대답이 재밌었다.

“아, 그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나하나 바꾸려면 각 부서에 알려야 하는데 그러면 업무가 굉장히 가중될 우려가 있어서요. 현안업무 때문에 다들 이런 거 말씀드리면 난감해하는 분위기라….”

그럼에도 어려운 한자와 어색한 일본어식 표현은 바로잡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더니 담당 주무관도 생각을 바꾼 듯했다.

“자치법규 중에 고쳤으면 하는 문구와 예시 법규를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주무관의 적극적인 대응에 그나마 답답함이 풀렸다.

문제는 일본식 표현, 나아가 무분별한 외래어 표현이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조례 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문에도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자어가 쉽게 발견된다.

과거보다는 많은 법령의 단어가 순화됐다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오랜 한자 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역사적 배경 탓에 단번에 바뀌긴 쉽지 않다. 결국 법안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의식을 하고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익명의 충북도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래도 법안 내용과 발의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단어 사용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대한 우리말로 사용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입법 활동을 한다면 이런 문제는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쉬운 단어 사용의 목적은 분명하다. 시민들이 법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 법 활용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곧 있으면 한글날이다. 행정 편의보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청주시, 아니 모든 공공기관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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