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재 도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굴'이 개봉했다. 영화는 주인공이자 천재 도굴꾼인 강동구(이제훈)가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와 함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문화재를 도굴해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내용이다. 영화는 그럭저럭 흥행을 했는데, 그건 아마도 `도굴'이라는 생소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 도굴은 고대부터 있어왔다. 오죽하면 삼국지의 조조는 자신의 묘가 도굴되는 것을 막기 위해 72개의 관을 동시에 출상시켰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질까?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도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 선조들은 무덤이 파헤쳐지는 것을 무엇보다 금기시했고, 그래서 도둑놈이라 할지라도 감히 무덤을 건드리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일제는 시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유물을 수집하고, 도굴 행위를 자행했다. 광복 이후에는 일본인에게 돈을 받고 도굴을 행하던 하수인들이 직접 도굴품을 팔고, 기술을 전수하면서 도굴꾼의 명맥이 이어지다 1960년대 들어서면 전국적으로 도굴이 극성을 부린다.
우리나라 최대의 도굴사건인 현풍 도굴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 시기로, 경북 달성군 현풍군에 있던 고분을 파 들어가 유물 400여점을 탈취, 판매하다 검거됐다. 당시 뉴스를 보았던 사람들은 그 조직적인 범죄수법에 경악했다. 과거 도굴했던 사람들도 그 신묘한 방법에 혀를 내두른다.
꼬챙이 하나로 땅속에 있는 유물을 찾기도 하고, 최신의 매장문화재 조사연구 방법을 동원해 도굴하기도 한다. 문화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조사연구 기법이 그렇게 사용된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충북지역의 문화재도 도굴 피해를 많이 입었다. 특히 충주 누암리·하구암리 고분군, 보은 대야리 고분군이 도굴꾼들에 의해 크게 훼손되었다. 이들 고분군은 신라~ 고려시기에 축조된 것들로 석실묘 또는 석곽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쉽게 도굴꾼들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도 발굴현장에서 조사하다 보면 도굴된 문화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무덤에 구멍을 파낸 흔적이 있거나, 석부재가 흐트러진 상태로 확인되기도 하며,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쓰레기를 파묻고 간 경우도 있다. 손을 탄 무덤은 십중팔구 남아있는 유물이 거의 없다.
도굴과 문화재 발굴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둘 다 문화재를 찾지만, 도굴이 돈벌이를 위한 범죄라면 발굴은 문화재를 통해 과거를 복원하고, 후세에 전승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그 목적과 결이 다르다. 하물며 정식 문화재 발굴조차도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이기에 정부의 관리 아래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고 있는데, 유물 하나를 얻기 위해 유적을 파괴하는 도굴이라니…. 신나게 전개되는 영화를 보면서도 과연 이 `문화재 도굴'이란 소재가 저렇게 흥밋거리로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인가 싶어진다.
문화재 보존의 사명감을 갖는 연구자이기에 도굴 범죄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도굴은 그저 단순히 무덤에서 값비싼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 전해져야 할 `역사'를 훔치는 범죄 행위이다. 다행히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굴로 인해 불법으로 유통되거나 반출된 문화재를 찾는 노력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 문화재를 온전히 보존해 넘겨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문화재가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